어려울수록 책임경영… 금융지주 임원들 자사주 매입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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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KB·신한금융 경영진 12월 약 8.5억 원 자사주 사들여
비상계엄 사태 후 10% 이상 떨어진 주가 방어하기 위한 행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2 10:56:00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 등을 포함해 임원(상무·전무 등) 8명이 작년 12월 한 달간 자사주 9350주를, KB금융지주는 임원 8명이 2345주를, 신한금융지주는 임원 1명이 2000주를 각각 매입했다. 연합뉴스

금융지주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작년 12월 한 달간 매입한 규모만 1만3000주가 넘는다. 금융지주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낸 것은 비상계엄 사태 후 고꾸라진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밸류업 지수에 편입돼 있다. 밸류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율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일 스카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12월27일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고 12월31일 공시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5만800~5만900원으로 총 2억9431만 원 규모다. 12월30일에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주당 5만8400만 원에 자사주 1000주(5840만 원)를 매입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도 12월24일 주당 5만8600만 원에 1200주(6816만 원)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강재신 그룹리스크 부문장은 30일 500주(2945만 원)를 매입했고 강정한 그룹감사 부문장은 24일 250주(1465만 원)를 매입했다. 앞서 11일에는 박근훈 IR 본부장이 400주(2340만 원)·10일 김미숙 그룹인사 부문장이 500주(3045만 원)·9일 박종무 그룹재무 부문장이 500주(2975만 원)를 사들였다. 작년 12월 하나금융 임원들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5억4857만 원 정도다.

다른 금융지주 임원도 매입에 적극적이다. KB금융지주는 1211·17일 김재관 부사장 등 임원 8명이 67만1267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취득단가를 개별적으로 고려하면 총 1억9782만 원에 달하는 규모다. 신한금융지주도 최영권 사외이사가 12월12일 자사주 2000주를 주당 5만210원에 매입했다. 1억42만 원 규모다. 우리금융지주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없었다.

금융지주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건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락장 속에서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는 행보다.

은행주는 주가 부진에 빠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 지수’는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후 30일까지 13.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4.02%)을 크게 밑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의 배당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됐다. 개별 지주로 보면 KB금융 –18.1%·신한금융 –15.5%·하나금융 –13.9%로 하락 폭이 더 컸다.

밸류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회사의 전체 주식 수를 감축해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이고 주당순이익(EPS)을 늘리는 등 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KB금융·하나금융이 12월20일 신규 편입되면서 4대 금융 모두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을 발표하면 밸류업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KB금융은 보통주 자본(CET1) 비율 목표를 13%로 잡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도 CET1 비율을 13~13.5%로 관리해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할 계획이다. 신한금융도 2027년까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 기존 주주환원에 벗어나 더 유연하고 전략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밸류업 계획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성공적인 밸류업 방안으로 50% 수준의 주주환원율 목표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권홍진 금융연 연구위원은 “목표 주주환원이 잠재 부실 가능성을 반영한 자본적정성·추가 투자 수요 등과 비교할 때 낙관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는지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배당이 순이익에 연계되는 주주환원율이 아닌 주당 배당금과 배당 증가율 등을 목표로 설정해 미래 배당에 대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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