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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화적 사대주의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어 문화문법을 주장하면서 문화의 중요성을 많이 얘기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문화적 사대주의가 순우리말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 먹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늙은이’와 노인(老人)은 글자의 뜻만으로 보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같은 말이다. 그러나 ‘노인’한테 ‘늙은이’라 하면 짜증을 낼 것이다.
우리말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 사전(자전)을 보면 ‘고마 경(敬)’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고마’는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석보상절에도 ‘고마운 사람’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것은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감사+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한자어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순우리말은 세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고맙습니다’보다는 ‘감사합니다’가 더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어로 세세(謝謝)·베트남어의 깜언(感言)·우리말의 감사(感謝)보다는 ‘고맙습니다’가 더 존경의 의미가 강한 고급스러운 표현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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