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미술부터 아시아와 서구 현대미술까지 국제 미술의 흐름을 아우르는 ‘현대미술 소장품’ 전시가 27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M2에서 열린다.
올해는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의 해로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 소장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전시되지 않은 미공개 작품 위주로 전시하며 최근 소장된 신수품도 함께 소개한다. 기존 전시가 연대기나 주제에 따른 구성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작품 간의 시각적·개념적 병치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들 사이에서 또 다른 관계를 발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1884).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그러나 시민 중 6명을 뽑아와라. 그들을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하여 처형하겠다.”
1347년 프랑스의 해안도시 칼레를 점령한 영국군은 칼레의 모든 시민을 죽이는 대신 위와 같은 조건을 내건다. 6명이 죽어야 할 상항에서 최상류층 ‘외스타슈 드 생 피에르’가 맨 앞으로 나선다. 그러자 다른 고위층·부유층·상류층이 목에 밧줄을 걸고 속옷을 입고 앞으로 나서게 된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은 바로 이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다행히 이들은 잉글랜드 왕비의 중재로 목숨을 건진다.
‘칼레의 시민’은 고 이건희 회장이 매우 아끼던 소장품으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미술관에 전시됐으나 2016년 미술관 폐관과 함께 모습을 감춘 바 있다.
그밖에 이번 전시에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 △얀 보의 ‘우리 국민은’ △마크 로스코 △장욱진 △솔 르윗 △리처드 디콘 △칼 안드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현대미술 거장의 주요 작품이 공개된다.
또 같은 날 리움 M3에서는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피노 컬렉션의 푼타 델라 도가나와 협업한 작품을 포함해 피에르 위그의 지난 10여 년의 예술적 탐구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현대미술의 고정된 형식을 깨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탐구해 온 위그는 신작 △리미널(2024–현재) △카마타(2024–현재) △이디엄(2024–현재)과 대표작 △휴먼 마스크(2014) △오프스프링(2018) △수족관 시리즈 △인간과 기계의 협업 ‘U움벨트-안리’(2016–2025) △암세포 변환기(2016) 등 총 1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피에르 위그에게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환경이다. 전시 제목 ‘리미널’ 역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한다. 수조관처럼 보이는 환경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세계’다.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다.”
위그의 말처럼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존재들은 지속적으로 배우고 진화하며 복합적인 환경(milieu)을 형성한다. 전시와 동명의 작품 ‘리미널’에는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 등장하는데, 이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전시 공간의 센서가 포착한 환경과 인공 신경 조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위그 전은 7월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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