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美관세보다 정부 리더십 부재가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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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4 00:02: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난 10년간 미국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해 왔고 미국은 이제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관세 폭탄 가능성에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수입국이다. 한국산 의약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보툴리눔 톡신 같은 바이오의약품이 수출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업계에서는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으며 대웅제약과 휴젤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현지 공장을 세운다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일 뿐 당장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단기간 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중소 제약사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 부재다. 현재 정부 리더십 공백이 지속되면서 제약업계를 포함한 경제 전반의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정상적인 외교 협상을 통해 트럼프 측과 협상하거나 글로벌 무역 규범을 활용해 대응할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의약품 관세 문제뿐 아니라 국내 제약업계를 옥죄는 또 다른 요소는 ‘의·정 갈등’이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약 개발과 연구에 필요한 인재 양성이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조율할 정부의 역할이 부재한 가운데 기업들은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트럼프발 관세 이슈에 대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제약업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바이오산업이 한국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를 보호하고 육성할 정책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의약품 관세는 단순한 수출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대응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이며 한국이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지속될 만큼 탄탄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전략적 대응이다.

기업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산업 전반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는 결국 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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