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폰’ 등 논란 선관위… “野와 한통속이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폴리로그 > 국회·정당

감사원 “선관위 前 관계자, 차명폰으로 정치인 소통”
선관위 ‘고용 세습’ 의혹도… 與 “국정조사 실시해야”
헌재, 감사원→선관위 감사 불가 주장… 민주당 동조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3 13:22:49

▲ 나경원(가운데)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공정한 평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 관계자의 ‘차명폰’을 통한 ‘정치인 소통’ 등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의힘과 범야권 일부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관위 국정조사 동참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와 민주당은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선관위 비리 감시를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감사관제도 마련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조 대변인은 “감사원 보고에 따르면 선관위는 ‘업무폰을 활용한 정치 행위’ 등 수많은 부패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며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선관위도 예외일 수 없다. 국정조사나 특별감사관제도 등을 통해 선관위의 부패 사슬을 끊어내자”고 했다.

지난달 27일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 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은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익명으로 별도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1월 선관위 정보정책과장 A씨를 불러 ‘관사에서 사용해야 하니 휴대전화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A씨는 계약 담당 부서에는 알리지 않은 채 정보정책과 예산으로 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하고 김 전 총장에게 건넸다고 한다. 해당 휴대전화는 ‘선관위 업무폰’이기에 통신 기록만으로는 김 전 총장이 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2022년 3월 퇴직하면서 휴대전화를 챙겨갔다고 한다.

감사원은 2023년 6월부터 선관위를 감사하던 중 차명폰 존재를 감지했다. 감사원으로부터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 받은 김 전 총장은 2023년 11월 선관위에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휴대전화는 ‘공장 초기화’ 등을 거쳐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된 상태였다고 한다. 감사원은 포렌식을 통한 데이터 복구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총장은 감사원 조사 초기에는 A씨가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가져다줬고 업무상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후 정치인들과 연락하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정치인들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선 ‘각양각색이다. 그 부분까지는 말해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선관위는 차명폰 의혹 외에 ‘고용 세습’ 등 의혹에도 휩싸였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직 채용에서 878건의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선관위를 ‘가족 회사’라 부르며 간부 자녀 등을 채용했다고 한다.

조 대변인은 “선관위에 들어가려고 수많은 청년이 1000대 1에 육박하는 살인적 경쟁률을 뚫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인연만으로 선관위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은 신도 놀랄 특권의 성역이 됐다”고 규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일 자신의 SNS에서 “부정 채용·세습 채용·근태 불량·정치인 유착 등 상상을 뛰어넘는 총체적 비리”라며 “선관위 세습 왕국,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했다.

선관위 감사 보고서가 나온 직후 헌재는 ‘감사원은 선관위를 감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민주당 의원 12명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용기 의원은 “헌법상 선관위는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타 강사’ 전한길 씨는 “선관위를 비판했는데 민주당이 고발했다. 선관위·민주당은 한 통속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