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유럽 국가가 미국을 방문 예정인 성소수자 자국민에게 미 입국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의를 주고 있다. AP통신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외무부가 전날 미국행 권고 사항을 업데이트해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자를 신청할 때 성별(젠더)을 남성·여성 둘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서 “여권에 성별 지정이 엑스(X)로 돼 있거나 성별을 바꾼 적이 있다면 미 대사관에 연락해 절차 안내를 받으라”고 알렸다.
서구 주요국에선 한 발 앞서 LGBTQX가 사회적 공인을 얻었으며 미국의 경우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이래 급속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넘어 아예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미정’(Q)을 넘어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들어선 (그때그때 다른) 가변적 성별 ‘X’까지 인정받아 여권 등 공식 문서에 쓰였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가능해졌다.
독일 외무부도 이달 초 “성별 항목에 X를 표기했거나 출생 시 성별과 현재 성별 표기가 다른 사람은 미국 입국 전 독일 내 미국 공관에 연락해 표기 요건을 파악하도록” 했으며 핀란드 외무부 역시 홈페이지에서 비슷한 내용을 공지했다. 이런 각국 외무부 업데이트엔 트럼프 미국 행정부 언급이 없으나 AP통신은 1월 남성·여성만 성별로 인정한 트럼프 행정명령 서명 이후 일어난 일임을 짚었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미 국무부가 여권 성별 표시에서 ‘X’ 선택지를 삭제했다. 지난달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참가 또한 행정명령으로 금지됐으며 화장실·탈의실 이용 문제 등은 각급 정부나 기관 차원에서 정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법원이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사실상 금지한 트럼프의 1월27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 시절 임명된 아나 레예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트랜스젠더 군복무 관련 행정명령에 대해 성차별을 금지한 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 헌법의 성차별 금지가 ‘성별 부정’과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법리적 반박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오늘날 LGBTQX 권리 옹호의 논리란 ‘생물학적 성별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관점이므로 성차별 논리를 내세운 것과 결이 어긋난다.
트럼프 행정명령 이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트랜스젠더 신병 모집 중단 명령을 내렸고 성전환 관련된 의료 절차를 모두 중단시켰으며 트랜스젠더 현역 군인들 대상의 제대 조치 추진 방침도 밝혔다. 이에 해당자 등 20명이 행정명령 효력 중지 소송을 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고용 차별은 불법적 성차별의 한 형태라고 판단한 2020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번 행정명령의 불법성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 측은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할 권리가 군에 있다고 맞섰다.
트럼프 첫 임기 때 이미 트랜스젠더 복무 금지에 유사한 행정명령이 내려진 바 있지만 당시엔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의 경우 복무 계속을 허용했었다. 2기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 정체성을 지닌 병사의 복무란 군이 요구하는 명예와 규율에의 헌신과 상충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레예스 판사는 이번 결정에서 정부가 원고들이 훌륭한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도 군인으로서 탁월함을 보장할 전사의 정신과 신체, 정신건강·이타심·명예·성실성 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임을 인정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법원이 정부의 조치가 명예롭게 국가에 봉사하기만을 원하는 용감한 트랜스젠더 군인들에게 가한 구체적인 피해를 체계적으로 문서화했다. 단호하고 신속한 판결을 내렸다”며 반겼다. 연방대법원까지 긴 법정 공방이 남아 있다.
한편 현역 군인 약 130만 명 중 트랜스젠더 수를 당국은 수천 명, 옹호단체에선 1만5000명 정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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