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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부터 미국 대학가를 휩쓴 친팔레스타인 반전시위의 진앙지였던 컬럼비아대 수장이 또 교체됐다. 일찍부터 뉴욕 특유의 민주당 리버럴 색채가 강한 컬럼비아대에선 교내 중심부에 텐트촌까지 생겨 시위 규모와 장기화 면에서 두드러졌다. 카트리나 암스트롱 임시총장이 2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자신은 대학의 어빙메디컬센터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다며 학교 이사회 공동의장인 클레이 시프먼이 새 총장대행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암스트롱의 전임자였던 네마트 샤피크 전 총장은 학내 시위에 경찰을 불러 강경 대응한 이후 논란 속에 작년 8월 물러났다. 암스트롱의 사임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그에 따른 학교 측의 정부 방침 수용 등과 무관치 않다고 국내외 언론이 보도했다.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시위 허용하는 모든 학교에 연방자금 중단” 발언이 나오자 7일 유관 부처들은 컬럼비아대에 대한 4억 달러(약 58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취소를 발표했다.
이에 컬럼비아대는 ‘교내 (신원 은폐) 마스크 착용 금지’ ‘캠퍼스경찰에 학생 체포권 부여’ ‘중동·남아시아·아프리카 관련 학과 및 팔레스타인 연구센터 감독 권한의 선임 교무부처장 임명’ 등을 약속했다. 이 사태의 맥락을 살피면 깊이 좌경화된 아카데미즘에 대한 트럼프정부의 반격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 지난 30년 미국 대학만 나오면 거의 ‘골수 리버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리버럴이란 에드먼드 버크로 출발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 이르는 보수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캐나다 출신 심리학자·문화비평가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명예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다. 피터슨은 페미니즘 문제를 적시하며 그것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격려하고 저항논리를 제공한 학자로서 한국 2030 남성들에게 특히 큰 인기가 높다. 피터슨은 비판적인종이론(CRT)·젠더이데올로기(GI) 등 정치적올바름(PC)주의 확산 및 폐해의 최대 책임이 대학에 있다고 본다. 피터슨과 탈북인 박연미의 2022년 온라인 대담에서도 잘 드러난다.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한 박씨는 대학 커리큘럼의 좌편향 현실을 전하며 한국 대학가도 비슷해져 있다고 증언했다.
19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 체제 몰락 후 갈곳을 잃은 마르크스주의가 학술적·문화적 형태를 띤 PC주의로 서방세계 대학가에 번졌다. 지난 500년을 백인에 의한 구조적 인종차별의 역사로 해석하며 그것을 주도한 백인남성 죄악시로 연결시킨 세계관이다. 아울러 생물학적 성별이란 자본주의적 권력구도를 위해 강요한 역할분담일뿐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주장에 몰두한다. 피터슨이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 공산 전체주의 치하의 범죄와 대량학살을 전혀 배우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한 젊은이들이었다.
피터슨도 유럽 68(운동권)세대 이후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마르크스주의 연장선에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포스트모던 학문 풍토는 미 예일대 영어영문과를 통해 근대사를 통틀어 부정한 논리(탈근대주의)로 전파됐다. 자본가·노동계급 간 관계 설명법을 인종·성 정체성 등을 둘러싼 억압자·피억압자 논리로 확장시킨 것이다. 이런 교수들에게 배운 학생들은 자연스레 미국을 ‘인종차별주의 나라’ ‘전쟁광 나라’로 증오하게 된다. 이런 학풍 속에서 학위받고 귀국해 교수·정치인 등 오피니언리더가 된 사람들이 다 그 영향 아래 있는 셈이다.
1984년생 미 보수 논객 벤 샤피로의 2004년 출간서(2018년 국내 번역) ‘세뇌’엔 부제로 ‘대학들이 미국 젊은이들에게 어떤 사상을 주입하고 있나’가 붙어 있다. 실체험에 바탕한 이 책에 따르면 미 대학 내 민주당 지지 교수 비율이 쿠바 정부의 공산주의자 비율과 비슷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미 대학교수들의 정치성향 분석 자료엔 이미 2000년 대선 때 아이비리그 인문·자연대 교수들 84%가 민주당에 투표했다고 집계돼 있다.
다른 명문대들 사정 또한 비슷하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선 민주당 내지 군소 좌파정당을 지지하는 교수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게 고스란히 학생들에 반영된다. 2000년 대선 때 민주당주(州) 캘리포니아 소재의 UCLA 학생들로부터 민주당·공화당 후보가 각각 71%·20% 지지를 받았다. 그 이듬해 2001년 가을 신입생 정치성향 조사에서 좌파 29.9% 우파 20.7%였다. 신입생 때 10% 정도인 좌우 비율 차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몇배로 벌어진다. 좌경화된다는 뜻이며 지난 20~30년 심화된 흐름이다.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캠퍼스)의 한 연구 논문에서 보수란 “불평등을 지지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한 교조”로 정의된다. 동성애가 당당한 지위를 획득한 것과 달리 교수들이 동료들 내지 경영진으로부터 공격 당할까봐 보수적 정치성향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그토록 다양성을 외치는 좌파들지만 정작 이데올로기 다양성에 대해선 더없이 완강하다”고 빌라노바대의 로버트 마란토 교수가 꼬집었듯 그들이 존종하는 다양성이란 피부색깔·출신국·종교(주로 비기독교)·성적(性的)지향에 한정된다.
‘부자 감세=미국에 만연한 불공정의 심화’ ‘이윤=더러운 단어’ 인식도 이들 미 주류 학자들의 공통점이다. 이윤이야말로 고된 수고에 대한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이며 인간이 보상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모든 게 이타적 동기에 기반했을 때만 가치 있다고 본다. ‘최저임금법’을 높이 평가하면서 최저임금 상승의 최대 피해자가 결국 극빈층임에 대해선 함구한다. 자본주의 깎아내리기가 지식인의 도덕적 임무라는 허위의식도 뿌리 깊다.
샤피로가 지적하듯 이들에게 히틀러·무솔리니 동급으로 간주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2~1989) 때 실업 비율이 역대 최저(4.3%)였고 중간계층 및 가계 평균 수입이 확연하게 올랐다. 부자나 기업에 대한 감세가 투자를 유발해 일자리 창출을 했기 때문이다. UCLA 2001년 겨울학기 지리학 강의 자료엔 “시장 주도 생산·분배 시스템은 세계인구 4분의1이 기아 상태인 것을 해결 못했다”고 쓰여 있으나, 시장 대신 소련·중국처럼 국가가 이끈 경제체제에서 수백 만, 2000~3000만 명 굶어죽은 것엔 전혀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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