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통령 깜짝 訪美 후 ‘유럽 평화협상 비공식 특사’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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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브 “트럼프, 푸틴에 화났다… 최악의 경우 2차 제재 가할 수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01 16:54:02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를 깜짝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골프를 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그는 이번 골프 회동으로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위한 비공식 특사'로 부상했다. 연합뉴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미국을 깜짝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골프를 친 후 유럽의 ‘평화협상을 위한 비공식 특사’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그 이틀 전(29일) 스투브가 미국 플로리다주를 방문해 트럼프와 골프를 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전 세계 쇄빙선의 약 80%를 핀란드 기업이 설계하며 그 중 상당량을 핀란드 내에서 건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핀란드산 쇄빙선을 대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니 핀란드로선 국익도 챙긴 셈이다.

1월20일 취임 이래 골프 회동에 유럽 정상을 초대하긴 처음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수주간 물밑 조율을 거쳐 지난주 확정된 일정이라고 전했다. 스투브가 트럼프의 측근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상원의원과 주기적 연락을 주고받았던 만큼 이번 회동이 그레이엄 의원 주선이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트럼프와 만난 스투브는 부활절이자 트럼프 취임 3개월째인 4월20일로 휴전일을 정하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부활절’이란 기독교문명권에선 특별한 축일이며 사실상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하다. 서유럽 주요국의 탈기독교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런 기독교적 가치를 알게모르게 공유한 제스처도 눈길을 끈다.

스투브의 제안은 러시아의 휴전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골프 회동 뒤 스투브를 통해 전해진 메시지 또한 주목할 만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으며 러시아가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폭넓게 영향을 미칠 계획이 트럼프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트럼프는 스투브와 골프 라운드를 마친 지 몇시간 만에 NBC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매우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평화협상에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한 후 “내가 이를 러시아 잘못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러시아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까지 이른바 ‘2차 관세’를 부과할 태세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이 인터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푸틴을 공개 비판한 것은 최초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스투브의 설득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본 셈이라고 폴리티코가 짚었다.

스투브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싼 유럽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도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도록 ‘절묘한 균형’을 유지했다고 호평받았다. 관세와 우크라이나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하려 애쓰고도 성과를 못 낸 다른 유럽 정상들과 대조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미국·유럽 간 가교를 자임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던 차였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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