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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서 맥거핀으로 활용되는 피안화(彼岸花)는 일본어 독음으로는 ‘히간바나’로 읽힌다. 우리말로는 꽃무릇 또는 석산이라고 한다.
‘귀멸의 칼날’에서 혈귀 대장 무잔은 영생을 얻기 위해 파란 꽃무릇을 찾아 나선다. 무잔이 혈귀를 꾸준히 늘리는 것도 바로 이 파란 꽃무릇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에서는 영화 말미에 붉은색 꽃무릇이 등장한다. 젠이츠와 쿠와지마 지고로가 만나는 장면에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꽃무릇에는 잎이 있다.
원래 꽃무릇은 상사화속(Lycoris)이라 잎과 꽃이 만나지 않는다. 상사화는 잎과 꽃이 함께 피지 못하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파란 꽃무릇이나 잎이 있는 붉은색 꽃무릇이나 다 현실에는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만화적 상상력이다.
국내 대표 꽃무릇 여행지로 전남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함평 용천사가 있다. 꽃무릇은 요즘인 9월 중순에서 10월 초가 절정이다.
영광 불갑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무릇 군락지로 사찰 주변 산책로를 따라 붉게 물든 꽃무릇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꽃무릇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영광불갑산꽃무릇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는 26일부터 10월5일까지 진행되며 미디어파사드 등 다양한 전시가 준비돼 있다. 경연 행사도 풍성해 군민가요제, 꽃맵시선발대회, 다문화 모국 춤 페스티벌이 열린다.
영광 불갑사는 백제에 불교가 전래될 당시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고창 선운사는 사찰 경내와 진입로에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다. 선운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꽃무릇 강렬한 색상이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곳이다.
원래 선운사는 동백꽃으로 유명해 봄에는 가수 송창식의 노래에도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라는 구절로 등장한다. 가을 꽃무릇도 동백꽃 못지않게 화려하며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가는 길에는 생태숲과 야영장이 있어 사철 방문하기 좋다.
함평 용천사 꽃무릇은 대한민국 자연보호 100경 중 48번째로 선정된 꽃으로 함평군은 40만 평이 넘는 꽃무릇 군락을 배경으로 매년 9월 함평모악산꽃무릇축제를 열고 있다.
용천사는 사찰 뒷편의 차밭 사잇길로 난 구불구불한 산책로와 4Km에 이르는 모악산 등산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꽃무릇 꽃이 진 후 돋아난 푸른 잎은 겨울과 봄동 안 온 산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며 또 하나의 절경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우리나라 절 부근에 꽃무릇이 흔한 것은 꽃무릇 뿌리가 방부제와 살균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절에서 탱화나 단청을 할 때 꽃무릇의 알뿌리를 찧어 얻은 녹말로 풀을 쑤어 사용했다. 그림을 좀벌레나 곰팡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또 불교에서 피안(彼岸)은 문자 그대로 ‘저쪽 언덕’이라는 뜻으로 번뇌와 고통으로 가득한 이승(차안·此岸) 건너 열반의 세계, 즉 깨달음과 해탈의 이상향을 의미한다. 행복한 부처의 나라를 뜻하는 피안을 꽃으로 심어 절 가까이 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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