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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철저히 이질화된 두 개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한국과의 대화·통일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2일 차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20~21일 양일간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으로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은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며 “결단코 통일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으며,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현실”이라면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는 개헌을 통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관계 개선’과 ‘평화’를 운운하며 융화 노선을 말하고 있지만 본질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흡수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전 보수 정권들을 무색케 할 정도”라고 비난했다.
대미 메시지는 한국과 달리 조건부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가운데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핵화 의제 자체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핵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우리더러 위헌 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국가 최고법에 명기한 점을 상기시키며 “제재 해제와 맞바꾸는 거래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선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의 ‘전쟁 억제력’ 역할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공격적 사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전쟁 억제력의 제1사명이 상실될 경우 제2사명이 가동된다”며 “그때에는 한국과 주변지역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가 삽시에 붕괴되고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는 국방력 강화를 과시하며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고 국방과학 연구 성과도 적지 않게 이룩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견된 북한 해외작전부대 참전자와 유가족을 언급하며 “그들을 돌보는 것은 당과 국가의 책임”이라면서 전 사회적 기부 행렬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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