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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 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7월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가 펀드 구조와 수익 배분 문제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설명하며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혈맹국 간 최소한의 합리성은 유지될 것”이라며 협상 결렬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이 불안정한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며 장기화에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합의 불응 시 한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5%에서 25%로 높이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이에 한국은 국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측에 외환 스와프 라인을 제안했으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은 외환 보유액이 한국의 두 배 이상이고, 엔화가 국제 통화 지위를 가지며, 이미 미국과 스와프 라인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한국이 직면한 불리한 조건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건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이미 사과했고, 양국은 합리적인 조치를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가 “양국 동맹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기업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3500억 달러 현금 인출 발언’과 관련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이야기였다”며 “한국도 미국도 모두 잘못된 메시지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3500억 달러를 단기간에 현금으로 투입한다는 건 사실상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한 번에 쏟아붓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 규모에서 이는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마치 가능한 것처럼 말한 것은 미국을 속이고, 국내에도 잘못된 기대를 불러일으킨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논란의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찍히지 않으려는 조급함 속에서 무리하게 약속을 내뱉은 것 같다. 이후 협상은 실무진이 어떻게든 정리해주길 바란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조 교수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25%까지 올린 것도 결국 한국이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에 대해 ‘확실한 커밋(commitment)’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원점에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 금액 조정과 함께 기간을 길게 늘려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보다 외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그럴 수 없다”며 “3500억 달러 현금 인출이라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불가능한 전제를 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꼬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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