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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몇 %에 불과한 ‘갑 질’의 힘은 역시 대단한가보다. 적어도 ‘을 질’ 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서글프다 못해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 이런 세상이니 빈자(貧者)를 자처하는 무리들이 사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사회는 겨울 날씨처럼 차가워 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은 ‘갑 질’과 ‘을 질’은 평등해질 수 없는 그런 관계인걸까. 생각 할수록 약자로서의 분통이 터지고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다.
입으로는 ‘주여, 주여’ ‘하늘나라에 많이 받칠수록 더 큰 축복을 받는다’며 십일조를 강요하면서도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자칭 목사라는 직업인, 두꺼운 얼굴로 스스로 근로자이기를 거부하고 성직자라는 직업을 앞세워 ‘섬기는 자’가 아닌 ‘섬김을 받는 자’ 가 되어 목에 힘을 주며 ‘갑 질’을 자처하는 목사.
그런 갑 질 목사들이 국민의 4대 의무의 하나인 세금 납부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밝히며 대한민국 국민임을 거부하는데도 의결기구인 국회가 종교인 과세 시행시기를 또 2년 뒤로 늦추면서 꼬리를 내렸다. 안하무인으로 일도 안하면서 매월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의원들이 몇 %에 불과한 종교인들 눈치를 보면서 시행시기를 또 미룬 것이다.
2년 후 선거 때까지 또 미루면서 공연한 마찰로 ‘갑 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표를 의식하고 국가 재정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깨는 의원들이다보니 국가 백년대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장 자신에 이권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국회의원들과 ‘갑 질’의 목사들이 있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불쌍한 나라이고 앞날을 생각하면 어둡기만 하다.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의 시행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15년에서 201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하고 이를 정부에 요청했다.
이제 시행시기를 며칠 앞두고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소득세법 시행령의 적용시기를 갑자기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갑 질’인 대형교회 목사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 공기업 개혁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까지 밀어붙일 경우 당이 떠안게 될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식으로 대형교회 목사들의 목소리에 놀랬나보다.
정부는 지난 해 9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해 11월에는 소득세법 시행령까지 개정한 바 있다. 개정안을 보면 종교인 소득을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되 80%는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고,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주민세를 포함 해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상당한 혜택을 부여했다. 소득의 4%선에서 과세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종교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지난 2월 강제성을 띤 ‘원천징수’ 조항을 삭제하고 저소득 종교인에게 근로 장려세제(EITC)헤택을 주는 수정안까지 마련해 온 상태였다.
그러나 여전히 목 근육이 뻣뻣한 일부 종교인과 종교단체들이 수정안마저도 반대의 뜻을 보이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되기도 했다. 살기가 힘들어 목이 축 처지고 허리가 굽은 ‘을 질’ 들에게는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고 올리면서도 갑 질에게는 눈치를 보며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자비의 마음을 갖고 있다.
힘없는 ‘을 질’들은 이래저래 ‘갑 질’을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종교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가 포함 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을 질’로서는 그 말이 대단하게 화를 불러일으킨다. 일부 종교인들이겠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귀담아 듣고 개정안을 2년 뒤로 미루면서, 자신들의 임기 중에는 골치 아픈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차기로 넘기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빌립보서 4 ; 19>
그런 배려를 ‘을 질’에게도 관심을 갖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주며 세금을 감면 해주었으면 한다. 1백여만원을 받는 ‘을 질’은 세금으로 몇십만원씩을 내는데 하물며 억대의 수입이 있는 목사는 세금을 한 푼도 못 내겠다는 것은 형평에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가뜩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천주교신부의 조언을 듣고 헌재 판결을 눈앞에 두고 느닷없이 당 원로라는 의원들이 ‘통진당 해체는 안 된다’고 발언해, 세인의 가슴을 치게 하더니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종교인 과세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
선거를 생각하는 모양인데 좀 더 깊이 생각하면 그 표는 얼마 되지 않고 실제로는 영향력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국정을 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표나 의식하고 종교인 눈치나 보면서 소신껏 일 하지 않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세금 납부에 대해 그동안 찬성해 왔던 목사들은 교회가 사회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한 처사라고 하는 반면 반대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은 자신들을 ‘근로자’로 규정짓고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기타소득’ 으로 바꿔서 일반 근로자보다 더 좋은 특혜를 부여 했다.
각종 혜택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핑계를 다 되면서 세금내기를 거부하고 있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교인들이 직장에서 이미 세금을 낸 후 헌금한 돈으로 받는 사례비는 이중과세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편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교회 목사들이 실제로 납부를 할 경우 한국교회는 ‘실’보다 ‘득’이 더 많다 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 이 과세대상이 되고 종교인 과세 법이 통과되면 한국 교회 절반이 넘는 중소형 교회의 목회자들이 과세대상이 아닌 복지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은 생활이 어려운 목사들이 기초수급을 신청하려고 해도 대상에서 제외 되어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목사가 세금을 낸다는 것은 바로 국민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납세의무를 지키면서 그 만큼 목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국가에 요구할 수 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납세를 거부하는 일부 목사들에게 한 마디 더 직언하자면 ‘목회자의 사역은 근로가 아니다’라고 하는 사고는 버렸으면 한다. 그런 생각 자체가 오만이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행위다.
현실적으로 목사들이 받는 일명 사례비는 누가 뭐라 해도 ‘목회’라는 업에 종사하면서 그 업에 대한 대가로 받는 보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갑 질’ 행세를 하면서 국가 재정을 흔들어 놓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금 안 내는 것을 두고 무슨 특권처럼 주장한다면 그런 목사들을 이 사회나 불신자들이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말로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면서도 세금 앞에서는 ‘성직자’를 내세우며 차별을 두려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신의 대리자임을 앞세운 권력형 세속 목사들의 ‘신의 갑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년에 엄청난 사례비를 받고 있는 목사가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으려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볼 것이며 과연 성직자로서 올바른 처사인가 묻고도 싶다. 공연히 작은 것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들도 신뢰를 잃고 욕을 먹고 있는 이 때 종교인들까지 세간에 논란거리로 입방아에 오르지 않았으면 한다. 늘 말하듯이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고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하나님 것은 하나님께로’ 받치면 된다.
이미 1994년 천주교는 종단차원에서 소득세를 자진 납부해오고 있고 불교계 역시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는 추세다. 개신교도 일부 성직자들이 자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극심한 세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로서는 지금까지 과세의 사각지대였던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해 부족한 세수를 채워야만 하는 위기 상황이다. 특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성역을 없애기 위한 것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 유보 건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소득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떻게 할 지 관심을 가져 보고자 한다.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요한복음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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