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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경영 체제 전반의 재정비에 나섰다. 20개 계열사 CEO를 교체하고 2017년 도입된 사업군(HQ) 체제를 폐지하는 등 조직 운영 방식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비상경영 국면에서 쇄신을 강조해 온 신동빈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우선 지주사는 실무형 조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돼 재무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역할을 각각 맡는다. 재무혁신실장에는 최영준 전무가, 경영혁신실장에는 황민재 부사장이 낙점되며 지주 경영 체제의 실행력을 강화했다.
조직 운영 방식도 큰 변화를 맞는다. 지난 9년간 유지해 온 비즈니스 유닛(BU)·헤드쿼터(HQ) 기반의 사업총괄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을 확대한다. 계열사 대표와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자율경영 모델을 구축해 사업 속도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화학군은 PSO(Portfolio Strategy Office) 형태로 조직을 유지해 사업 구조조정과 시너지 창출 기능을 이어간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적인 리더십 교체다. 부회장단 4명이 모두 용퇴하고 전체 CEO의 3분의1 수준인 20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식품, 유통, 건설 등 핵심 사업군에서의 인사 이동 폭도 컸다. 박두환 HR혁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HR 체질 개선을 계속 이끌고, 차우철 전 롯데GRS 대표는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로 자리 이동하며 e그로서리 사업과 글로벌 확장을 총괄한다.
유통 계열사 수장들도 대거 교체됐다.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FRL코리아를 흑자전환시킨 정현석 전무가, 롯데웰푸드 대표에는 서정호 혁신추진단장이, 롯데e커머스 대표에는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추대식 전무가 각각 선임됐다. 롯데건설은 PF 여파로 훼손된 재무 안정화가 과제로 남은 가운데 오일근 부사장이 대표를 맡아 회복 전략을 이끌 전망이다.
3세 경영체제 역시 조정됐다. 신유열 부사장은 사장 승진은 없었지만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 신사업을 지휘하며, 지주 내 신설 조직에서 전략 컨트롤 역할까지 담당해 그룹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
세대교체와 인사 구조 혁신도 눈에 띈다. 전체 60대 임원의 절반이 퇴임했고, 신임 임원 규모는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발탁 승진 비율도 높아졌으며, 여성 임원 비중 역시 10% 수준으로 확대됐다. 직무 전문성과 성과 중심의 HR제도가 임원 인사에도 본격 반영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 신호로 해석된다”며 “순차입금 부담, 유통 부문 부진, 건설 리스크,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변수 속에서 결국 롯데가 반드시 턴어라운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사 쇄신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향후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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