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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정부가 8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오르카(Orka) 프로젝트’의 최종 파트너로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를 선정했다. 한국의 한화오션이 막판까지 경쟁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유럽 역내 조달 구조와 발트해 작전 환경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다.
26일(현지시간)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내각회의 직후 “신형 잠수함 건조·운용 파트너로 스웨덴 사브를 선정했다”며 “늦어도 내년 2분기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스웨덴은 납기, 가격, 기술 수준, 특히 발트해에서의 작전 능력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제안을 내놨다”며 “이번 결정은 발트해의 새로운 안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사업 규모는 잠수함 3척 기준 약 100억 즈워티(약 4조원)이며, 무기체계 통합·MRO(유지·보수·운영)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비는 최대 360억 즈워티(약 14조~1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번 수주전에는 △스웨덴 사브 △한국 한화오션 △독일 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 6개 글로벌 잠수함 제조사가 참여했다. 한화오션은 KSS-III(장보고-III)급을 기반으로 장시간 잠항 능력,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SLBM 탑재 플랫폼 경험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막판까지 유력 후보로 평가받았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한화오션의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해군 첫 잠수함 ‘장보고함’(1,200t급)의 무상 양도 방안까지 검토하며 폴란드에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보고함 리스·양도는 폴란드 해군이 신형 잠수함을 인도받기 전 운용·정비·훈련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는 ‘선제 교육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다.
최종 결과는 “EU·NATO 역내 기업 우선”이라는 구조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브 A26 블레킹급, 발트해 특화 설계…
유럽 조달 체계가 결정적 요인
사브가 제안한 ‘A26 블레킹게(Blekinge)’급은 스웨덴이 “세계 최초의 5세대 잠수함”이라고 홍보하는 모델로, △수심이 얕고 염도가 낮은 발트해 △복잡한 해저지형 △대규모 해저 케이블 밀집 구역 등 발트해 특수 환경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사브는 또한 △폴란드 조선소에 정비·운영 능력 구축 투자 △폴란드산 무기 구매 △폴란드가 건조한 구조함 구매 등 공격적 패키지 제안을 내놓았다. 폴란드 국방부는 “스웨덴이 폴란드 무기 구매까지 약속했다”며 상호 교환적 이익 구조를 강조했다. EU는 최근 무기 조달에서 역내 생산 장비를 우선 고려하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원칙을 강화해 왔다. NATO 공동운용성, 발트해 인접국 스웨덴과의 협력 네트워크도 유럽 제조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해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추진된 핵심 사업이다. 폴란드 해군의 현역 잠수함은 구 소련제 ‘ORP 오제우’ 단 1척뿐이다.
발트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해상통로 △러시아 석유 수출의 주요 루트 △최근 서방이 지목한 러시아의 해저 케이블 공격 의심 구역 으로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 스웨덴·핀란드가 NATO 가입함에 따라 발트해는 사실상 나토의 내해(內海) 구조로 재편되는 중이며, 폴란드는 잠수함 전력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한국 방산업계는 이번 결과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국의 패키지는 매우 경쟁력이 있었고 폴란드와의 협력관계도 견고했지만, 유럽 잠수함 시장에서는 EU·NATO 조달 규범이라는 구조적 장벽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폴란드와의 기존 지상·포병·항공 전력 협력은 지속되고 있어, 한국산 무기체계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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