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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상위 1500명은 예·적금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선호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공모펀드 선호가 주춤하고 관심이 ETF로 이동하는 흐름이 퇴직연금 운용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말했다.
앞서 금감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투자 백서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하며 적립금을 1000만 원 이상 보유한 확정기여(DC)형 가입자 중, 연령대별 수익률 상위 100명씩에 해당하는 퇴직연금 고수 1500명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8%, 최근 3년 연평균 수익률은 16.1%였다.
이들의 계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실적배당형 상품, 그 중에서도 ETF 쏠림 현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수들의 전체 자산에서 펀드(ETF 포함)·채권 등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평균 79.5%에 달한다. 원리금보장형 예·적금과 보험, 정부보증채 등은 20.5%에 그쳤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안전자산 비중이 소폭 늘어나긴 하지만, 60대 이상에서도 실적배당 비중은 77.5%로 여전히 70%를 크게 웃돈다.
실적배당형 가운데서도 ETF 쏠림은 압도적이었다. 금감원이 집합투자증권을 ETF와 공모펀드로 나눠 분석한 결과, 퇴직연금 고수 계좌에 편입된 집합투자증권의 75.1%가 ETF, 24.9%가 공모펀드였다. 특히 올해 6월 말 기준 고수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상위 10개 집합투자상품 중 8개가 ETF였고, 나머지 2개만이 공모펀드였다.
아울러 ETF가 집중된 영역은 국내 테마주와 미국 성장주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조선, 방위산업, 원자력, 중공업, 화장품 등 특정 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주식 ETF가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대표적으로 ‘조선 TOP3 플러스’ ETF, ‘K방산’ ETF, ‘원자력 iSelect’ ETF, ‘중공업’ ETF 등이 상위 10개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투자에서도 ETF가 중심이었다. 해외 주식형에서는 미국 나스닥100, S&P500, 빅테크 상위 종목, 테슬라 가치사슬에 투자하는 ETF들이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미국 나스닥100’ ETF, ‘미국 S&P500’ ETF, ‘미국 테크 TOP10’ ETF, ‘테슬라 밸류체인 액티브’ ETF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자 수 기준으로 상위 상품을 봐도 ETF 집중 양상은 같다. 고수들의 ‘인기 펀드’ TOP10 중에는 K방산·조선·원자력·중공업·증권주 등 국내 테마형 ETF에 더해, 국내 고배당주·채권혼합 ETF, 금 현물 ETF, AI 전력 핵심설비 ETF가 이름을 올렸다. ETF를 통해 성장 업종과 방어 자산, 대체자산(금)을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연금판 ETF 투자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ETF 활용 방식에 차이가 있다. 30대 미만 고수들은 미국 나스닥100·S&P500 ETF 등 지수형 ETF에 비중을 두며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선호했다.
반면 30대 이후부터는 조선·방산·K-POP&미디어·AI 전력 인프라 등 테마형 국내 ETF와 테슬라, 미국 빅테크 관련 액티브 ETF를 조합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파’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60대 이상에서는 K방산·조선·원전 ETF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국내·해외 고배당 펀드와 월드 골드 펀드, 중국 전기차 ETF 등을 더해 변동성을 줄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권역별로 보면, 공격적 투자 성향이 강한 증권사 퇴직연금 고수의 실적배당 비중이 83.6%로 가장 높고, 은행은 80.2%, 보험은 73.4%였다. 전통적으로 예·적금 비중이 높은 은행·보험권에서도 고수 그룹 안에서는 ETF를 중심으로 한 실적배당 투자 비중이 70~80%에 달한다. 이는 “퇴직연금은 안전하게 굴려야 한다”는 통념과는 다른 행보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80% 이상이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는 실적배당, 특히 ETF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한 사례”라면서도 “금융지식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입자는 디폴트옵션과 생애주기형 펀드(TDF) 등 제도·상품을 이용해 ETF 투자 비중을 서서히 늘려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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