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활황이 증권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거래대금 증가가 위탁매매 수수료를 끌어올렸고, 투자심리 회복은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운용 부문까지 활기를 불어넣었다.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 실적은 단순한 ‘장세 효과’를 넘어 각 사가 그동안 쌓아온 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익 체력이 동시에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나란히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네 회사는 모두 증시 회복의 수혜를 받았지만, 실적을 만든 방식은 서로 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사업과 해외법인 성과가 두드러졌고,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와 IB, 자산관리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 거래 확대의 대표 수혜주로 실적을 키웠고, 삼성증권은 고액자산가 기반 WM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익 체력을 보여줬다.
미래에셋, 해외법인 앞세워 ‘분기 최대’ 기록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증권사 전략의 성과를 확인시켰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4조4287억 원, 영업이익 1조3750억 원, 당기순이익 1조19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다.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수익이 늘었고, 해외법인 세전이익도 2432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의 결실을 보여줬다.
미래에셋증권의 호실적은 국내 증시 호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주식 투자 확대, 글로벌 ETF·채권 수요 증가, 인도·미국 등 해외법인 성장 전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국내 브로커리지 수익에 글로벌 자산관리와 해외 투자 비즈니스가 더해지며 ‘국내 증권사’를 넘어 글로벌 투자 플랫폼 전략의 성과를 보여줬다.
한국투자증권, 브로커리지·IB·WM 고른 성장
한국투자증권은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보여줬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1조4524억 원, 영업이익 9599억 원, 당기순이익 7847억 원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IB), 자산관리, 운용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특정 사업 부문에 의존하지 않고 전 사업 포트폴리오가 함께 성장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IB, 운용이 고르게 성장하며 균형 잡힌 실적을 냈다. 주식 거래대금 급증으로 위탁매매 수익이 늘었고, 금융상품 판매와 고객 자산 증가가 WM 실적을 뒷받침했다. ECM·DCM·PF 등 IB도 성장하며 증시 회복이 개인 매매를 넘어 기업금융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줬다.
키움증권, 개인투자자 거래 확대 수혜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 거래 확대의 상징적인 수혜주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매출 9조3960억 원, 영업이익 6212억 원, 순이익 476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6%, 순이익은 102% 넘게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키움의 실적 구조는 가장 명확하다. 개인투자자 거래가 늘면 곧바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한다. 키움은 온라인 주식거래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와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개인 매매가 활발해질수록 키움의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된다. 올해 1분기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개인투자자 거래가 늘면서 키움의 강점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키움증권의 또 다른 특징은 시장 회복 국면에서 실적 탄력이 크다는 점이다. 고정비 부담보다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대형주, 성장주, 테마주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키움은 수수료 수익과 이자수익 측면에서 동시에 수혜를 본다. 올해 1분기 실적은 개인투자자 참여가 증권사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삼성증권, 고액자산가 WM 경쟁력 부각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 경쟁력을 앞세워 실적 개선 흐름에 올라탔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1227억 원, 영업이익 6095억 원, 당기순이익 450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2.1%, 당기순이익은 81.5%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환경 개선에 더해 고액자산가 중심의 자산관리 수익이 실적을 뒷받침하며 WM 강자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증권은 고액자산가 기반 자산관리(WM) 경쟁력이 강점이다. 증시 상승으로 고객 자산 가치가 커지면 금융상품 판매와 자문 수요가 함께 늘어난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펀드, 랩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WM 수익이 확대된다. 1분기 호실적은 브로커리지보다 고객 자산 기반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 회사의 실적을 함께 보면 올해 1분기 증권업 호황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미래에셋은 글로벌, 한국투자증권은 종합금융투자, 키움은 개인투자자 거래, 삼성증권은 자산관리라는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같은 시장 호황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흡수했다. 같은 ‘증시 활황’이라도 수익을 만드는 경로는 회사마다 달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은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컸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WM, IB, 운용, 해외법인을 함께 키워왔고 이번 장세에서 그 효과가 한꺼번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증권사 실적 개선은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증권사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시장 인프라다. 증권사의 수익성이 좋아지면 IPO,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기업 인수·합병 자문 등 기업금융 활동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리서치, 투자 플랫폼,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증권업 실적은 시장 흐름에 민감하다. 거래대금이 줄거나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 브로커리지와 운용 손익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금리 경로, 환율, 미국 통화정책, 지정학 리스크도 하반기 증권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이다. 부동산 PF와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올해 1분기 성적표는 국내 증권업의 회복력을 보여줬다. 증시 호황은 브로커리지 수익을 키웠고, 투자심리 개선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시장으로 번졌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은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시장 회복을 실적으로 연결했다. 올해 증권업의 관전 포인트는 이제 단기 호황을 넘어 이 실적 체력을 얼마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가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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