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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에서 611만여 명의 가입자 정보가 대량으로 새어 나간 사건은 단순한 해킹 피해가 아니라 기업 내부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생년월일·암호화된 비밀번호뿐 아니라 2015년 이전 PC방 가맹점주 정보, 전현직 임직원 이메일 등 각종 데이터가 포함됐다.
특히 활동이 중단된 휴면 계정 3000만여 개가 서버에 계속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오래된 정보가 제대로 삭제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음을 보여준다. 이런 관리 부실이 피해 규모를 불필요하게 키운 셈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SK텔레콤의 유심·인증 정보 유출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인다. 정부 조사에서 SK텔레콤은 핵심 서버에 비밀번호조차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고 운영체제는 5년 이상 업데이트가 중단된 상태였다.
국내 최대 통신사가 고객 정보를 기본적인 보안 장치도 없이 관리해 왔다는 사실은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데이터 중요성이 더 커지는 시대에도 가장 기본적인 보안 관리가 여전히 후순위에 밀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특정 기업만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한국의 정보 유출 사고는 이제 ‘반복되는 구조’가 됐다. KT, 인터파크, 대형 쇼핑몰과 포털까지 사고는 꾸준히 터졌지만 실질적 변화는 미미했다. 피해자는 스스로 조심하라는 안내문과 함께 갑작스러운 피싱·스팸 위험을 떠안고 기업은 사과문과 일부 보상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반복되는 패턴이다. 결국 정보 유출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방치해 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임이 드러난다.
처벌 역시 충분한 억지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에 역대 최대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경영을 뒤흔들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 넷마블도 보안 강화를 약속했지만 이미 새어 나간 정보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이 ‘보안 선투자’보다 ‘사고 후 비용 처리’를 더 현실적인 선택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업의 보안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거운 책임’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넷마블 사례는 데이터 삭제 관행의 문제도 드러낸다. 오래된 계정, 폐업 가맹점 자료, 퇴사자의 이메일까지 수년 동안 서버에 남아 있었다. 데이터가 오래 축적될수록 해킹 한 번에 유출되는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은 여러 사건에서 확인됐다. 그럼에도 데이터 보관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삭제를 강제하는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기업 또한 삭제보다 보관을 선택하는 현실은 결국 유출 위험만 키운다. 규제가 허술한 사이 위험은 조용히 쌓이고 어느 날 한꺼번에 폭발한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의 개인정보 인식 수준이다. 기업은 해킹을 피할 수 없는 일처럼 여기고 정부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대응하며 피해자는 늘 마지막 순서다. 개인정보가 새어 나올 때마다 불안이 커지지만 제도 개선은 더디다. 이렇게 반복된다면 넷마블 사태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건 기술적 대응보다 태도의 전환이다. 개인정보를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재산, 안전과 직결된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이 책임을 소홀히 할 경우 감당해야 할 대가도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경영 판단이 바뀌고 보안 투자가 후순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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