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부모님도 별거 중이에요.”
양 피디는 말을 이었다.
“저는 정말 놀랐어요. 현지 주재 대사님이 직접 스타디움 현장에서 중계 해설해 주시는 경우는 방송 역사상 처음이에요. 윗분들도 관심이 아주 크셨어요. 칭찬들 많이 하셨구요. 어떻게 그분들까지 섭외하느냐고 놀라시구요. 하긴 민 작가님 친화력이면 못할 일도 아니죠. 제가 정말 놀라는 것은 그거예요. 처음 본 사람들하고 5분만 이야기하면 오랜 친구처럼 친밀감을 형성하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피디니까 그런 면이 있어야 되거든요. 저는 그게 부족한데 작가님은 정말 잘 하시니까, 나도 그렇게 좀 됐으면 좋겠다, 부러운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 개편 때 이 프로그램이 저녁 8시 프라임타임 대로 확대돼서 가게 되었어요. 제가 민 작가님을 적극 추천했어요. 앞으로는 매일 일하시게 될 거예요. 진행자 성 아나운서와 맞추는 것만 좀 신경 쓰시면 잘하실 거 같아요.”
양 피디는 그렇게 말하며 새로 프로그램을 맡게 된 김 피디와 안 피디를 소개해 주고는 교양 프로그램을 맡아 다른 부서로 옮겼다.
매일 프로를 맡게 된 지 한 달가량 지나서였다. 이제 세팅이 되고 나름대로 적응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행자인 성 아나운서가 원고 없이 자기 자유대로 진행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 걸핏하면 오프닝 멘트가 엉성해지기 일쑤였다. 그걸 조금이라도 조율하느라 힘들었지만 결국 진행자가 다루는 원고를 최소화하고, 작가의 원고를 성우가 읽는 방식으로 조정하고나니 서로 조금 편안해졌다. 더구나 성우가 워낙 감각이 있고 똑똑한 여자라 작가의 의도를 100퍼센트 이해하고 읽어냈다. 여자 성우 이지연은 라라에겐 구세주였다.
“지연 씨가 아니었더라면 이 코너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지 못했을 거예요. 어제 택시 타고 가는데 기사 아저씨가 우리 프로 애청자더라구요. 그런데 그 코너가 제일 재미있다고 했어요.”
그러면 상냥한 이지연은 매력있는 음성으로 대답하곤 했다.
“무슨 말씀을요, 원고가 진짜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제가 이해한 대로 표현을 하니까 청취자들에게 먹히는 거 같아요. 다른 성우들이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봐요.”
라디오 본부 황 부장 앞으로 익명의 투서가 날아든 것은 그 무렵이었다.
“이거 그 팀 일이니까 알아서 처리하라고.”
팀 차장에게 넘어온 두 장의 종이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었는지 읽던 차장의 얼굴이 웃음과 일그러짐이 동시에 일었다.
“어이, 김 피디, 이거 무슨 내용이야.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알 만한 내용인가?”
그것을 건네받아 읽던 김 피디는 얼굴이 확 붉어지면서 벌컥 화를 냈다.
“이거 나보고 하는 소리야? 내가 작가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거야? 안 피디, 이것 좀 읽어봐. 나 너무 황당하네.”
신입 피디인 젊고 세련된 분위기의 안 피디는 읽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정색을 하더니 말했다.
“이거 너무 3류 소설 같지 않아요? 표현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민 작가님에 대한 내용인데 읽어보실래요?”
라라는 당혹스러웠지만 별 내용 있겠나 싶어 받아 들고 읽어 내려갔다.
‘……이 프로그램의 작가가 남자 피디들을 유혹하려 온갖 교태와 아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실력으로 일하지 않고 알량한 몸으로 일하려 들고 있습니다. 남자들 앞에서는 새색시처럼 교언영색하고 여자들 앞에서는 낯빛 새파래지는 그녀를 보면서, 저희 작가들과 리포터들은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이를 부장님께 알려 조치해주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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