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 장수 시대라는데 한국 보험시장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 아닐까요?”
보험설계사 경력 15년차인 50대 여성 A씨는 6일 현장에서 느끼는 보험시장의 변화를 실감했다. 그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는 가입 전 심사와 병원 입원을 전제로 짜인 기존 건강보험 구조가 앞으로의 의료환경과 얼마나 맞는지도 따져볼 시점이다”고 말했다.
보험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감지되는 흐름이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라는 점에서는 한국도 비켜가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병력을 묻지 않고 가입할 수 있는 의료보험이 등장했고, 대만에서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받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고령자와 유병자가 늘고 재택의료·지역사회 돌봄이 확대되는 한국에서도 건강보험의 가입 문턱과 보험금 지급 기준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25년 국가데이터처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3%를 차지했다.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530만6000원, 본인부담금은 125만2000원이었다. 고령층 의료비 부담이 커질수록 보험 가입 가능 여부와 실제 치료 방식에 맞는 보장 여부도 중요해진 배경이다.
중국 보험사, 가입후 관리 선택
보험연구원은 6일 ‘중국·대만·홍콩 보험시장의 상품·기술 혁신과 관리체계 정비’ 보고서에서 중국평안건강보험회사가 올해 7월 건강고지 의무를 면제한 의료보험 ‘평안e생보·전민판2026’을 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상품은 건강상태나 과거 병력을 고지하지 않아도 18~80세가 가입할 수 있고, 최고 99세까지 갱신 가능하다. 가입 후 25개 항목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기준 충족 시 보장을 늘린다. 다만 역선택과 손해율 상승을 막기 위해 높은 면책금액과 일부 중증 기왕증 제외 조건을 뒀으며, 1년 단위 비보증 갱신형이다.
국내에도 유병자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지 항목을 줄인 간편심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고지 자체를 면제하고 가입 후 검진을 위험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국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대만에서는 보험금 지급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병원 입원을 중심으로 설계한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집에서 받는 급성기 치료까지 넓히고 있다. 대만은 2024년 7월부터 폐렴·요로감염·연조직감염 환자가 자택이나 요양기관에서 의료진의 방문진료를 받는 ‘재택급성기치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7788명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5월부터는 일부 환자가 조기 퇴원한 뒤 집에서 정맥 항생제 치료를 받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국태생명과 부방생명도 재택급성기치료를 보장하는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많이’보다 중요한 보장기준
보험업계에서도 국내 재택의료와 지역사회 돌봄이 확대되면서 보험금 지급 기준을 의료 이용 방식의 변화에 맞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치료 장소가 병원에서 자택이나 요양시설로 넓어질 경우, 입원 여부를 중심으로 설계한 기존 보장체계도 함께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대만의 변화는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중국이 보험에 ‘들어가는 문턱’을 낮췄다면 대만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건강한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을 기본 전제로 설계했던 보험상품이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 모습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 보험시장의 과제는 단순히 ‘더 많이 보장할 것인가’에 있지 않다”며 “건강고지를 줄인다면 역선택과 손해율을 어떻게 관리할지, 재택치료를 보장한다면 어떤 치료까지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인정할지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도 국내에서 건강고지를 완화할 경우 가입 이후 건강검진과 건강관리 서비스를 위험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중국 상품은 1년 만기의 비보증 갱신형인 만큼 국내 장기 건강보험에 적용하려면 보험기간과 갱신구조, 보장 지속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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