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순우리말과 한자어 사이에서 갈등할 때가 있다. 순우리말이 한자어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 500년을 그렇게 보냈고, 지금은 영어에 밀려나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컴퓨터 용어가 거의 영어로 되어 있고, 그것이 그대로 외래어로 굳어가고 있다. ‘볼모’라는 말이 ‘인질’이라는 말로 대체된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닌가 한다.
우리말 볼모는 ‘약속 이행의 담보로 상대편에 잡혀두는 물건이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물건과 사람을 동시에 지칭하고 있음을 본다. 한승원의 ‘해일’이라는 작품에 ‘그 사람의 넋은 바다 속의 용왕님한테 볼모로 잡혀 있는 셈인데, 그 넋의 볼모는 다른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 죽어야만 풀린다고 믿었다’라는 글에서 볼모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인질(人質 :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한 담보가 되어 상대편에게 억류된 사람, 나라 사이에 조약 이행을 담보로 상대국에 억류하여 두던 왕자나 그 밖의 유력한 사람)이라는 말은 주로 사람을 볼모로 잡았을 때 쓰는 말이다. 다만 여기서 질(質)이라는 글자는 ‘볼모로 잡고 있다’고 할 때는 ‘지’로 발음해야 한다. ‘볼모잡을 지’ 자(字)이기 때문이다. 인지라고 읽어야 하는데, 뉴스에서 많은 기자가 ‘인질’이라고 발음하니 그것이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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