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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나도 달러가 마른다…원화 가둔 해외투자 덫
무역흑자·기업 환전 기대에 환율 하락 요인
중간선거·고용지표·지정학 위험은 변수로
글로벌 위험회피에 원화 강세 전환 쉽지 않아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11-02 15:09:44
 
▲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1334.4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재료가 쌓이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원화 강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공급과 기업들의 주주환원 관련 환전 기대는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투자심리 악화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지정학적 위험 등이 맞물리면서 환율의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M증권은 2일 주간 외환시장 전망에서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를 1310~1350원으로 제시했다. 무역수지 흑자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환전 가능성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대외 불확실성과 주가 하락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원화는 국내 증시 수급과 투자심리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양호했지만 AI 관련 우려와 미국 중간선거 불확실성 등이 달러 강세 요인을 상쇄했다. 원화의 경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재개되고 AI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약세 압력을 받았다.
 
향후 변수로는 미국 중간선거와 10월 고용지표, 이란 관련 지정학적 위험 등을 거론했다. AI 산업을 둘러싼 신용위험 우려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원화 강세 재료가 존재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 환율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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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환율을 둘러싼 하방 재료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는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관련 자금이 환전될 경우 달러 공급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iM증권은 이 같은 요인들이 환율 하락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투자 늘자 달라진 환율 방정식
 
이 같은 단기 수급 요인 이면에는 원화 환율을 움직이는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30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환율은 무엇으로 움직일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달러 환율에 대한 달러인덱스의 영향력은 두 배 이상 커졌다. 달러인덱스가 1% 상승할 때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코로나19 이전 0.35%에서 이후 0.84%로 확대됐다.
 
반면 과거 환율의 주요 변수로 꼽혔던 한미 단기금리차의 영향력은 약화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미 금리차가 1%p 좁혀질 때 원·달러 환율이 2.92% 하락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을 낮추는 효과도 10억달러당 0.096%에서 0.031%로 축소됐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증권투자는 2019년 596억달러에서 2025년 1403억달러로 약 2.4배 늘었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10억달러 증가할 때 원·달러 환율은 0.0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헤지를 하지 않는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해외투자 확대도 달러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연평균 92억달러에서 138억달러로 늘었고, 기업의 외화예금 잔액도 245억 5000만 달러에서 405억 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되기보다 해외투자나 외화예금 형태로 남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도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달러 환전을 늦추고 수입기업과 개인은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미뤄뒀던 수출기업의 환전이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다. 달러 수급 변화가 환율 움직임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결국 최근 환율은 수출 호조와 주주환원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만으로 하락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처럼 경상수지 흑자나 금리차만으로 환율 흐름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데다, 해외투자 확대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등 새로운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대외 불확실성이 얼마나 완화되는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는지가 환율 하락 재료의 힘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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