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사진)은 네이버 웹툰에서 성공한 1%에 드는 웹툰 작가다. 만화가를 꿈꿨던 이 작가는 출판만화계가 사양길로 접어들자 자연스럽게 웹툰으로 눈을 돌렸다. 만화가에 도전한 지 3년만에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8살 무렵 당시 유행하던 만화책 ‘드래곤 볼’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친구들로부터 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그 칭찬이 너무 짜릿했죠. 그때부터 제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웹툰의 매력은 돈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죠. 혼자 힘으로 다른 이들을 감화시키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만화가를 꿈꿨던 이종범(35)은 출판만화계가 사양길로 접어들자 자연스럽게 웹툰으로 눈을 돌렸다. 이종범은 네이버 웹툰에서 성공한 1%에 드는 인기 작가다.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웹툰 ‘닥터 프로스트’다. ‘닥터 프로스트’는 지난 2011년 2월 시즌1 연재를 시작했다. 올해 3월 시즌3을 마무리한 이 작가는 내년 중순쯤 시즌4 연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시즌을 마지막으로 ‘닥터 프로스트’는 완결될 예정이다.
이 웹툰은 공감능력이 제로인 천재 심리학자 백남봉 교수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마음의 질병을 앓는 내담자들을 위로하는 대신 내담자가 지닌 트라우마의 원인을 냉철하게 추적해 문제를 해결한다. 심리학을 다루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아 일반인들의 심리학 입문서로 불린다.
“자살 관련 에피소드를 보고 자살을 포기했다는 독자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의도했던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됐다는 뜻이니까요”
주인공이 심리학을 하는 이유는 이 작가가 연세대 심리학 석사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본인이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정확한 고증을 위해 이 작가는 에피소드를 만들 때마다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학 전공자들의 자문을 받는다.
▲ 이종범 작가는 4회 분량의 원고를 4주마다 한번씩 마감한다. 일주일 정도는 오로지 취재를 위해 할애한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언제나 직접 취재한 사례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이런 철저한 고증 때문에 닥터 프로스트는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고 해외 유명 도서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작품성과 흥미를 겸비한 콘텐츠는 여기저기서 알아봤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지난 2014년 11월 OCN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다. 주인공 닥터 프로스트 역에 송창의, 여주인공인 윤성아 역에 정은채, 송선 역에 이윤지가 배역을 맡았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돼 지난해 2월 종영됐다.
“심리학 교수로 나오는 송선 캐릭터는 처음부터 이윤지씨를 염두에 두고 그렸습니다. 이윤지씨가 연기하는 송선을 드라마에서 볼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워요. 원작자로서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의 캐스팅은 모두 좋았습니다”
이종범 작가는 이 작품으로 해외에서 평가를 받아볼 기회도 잡았다. 닥터 프로스트는 지난달 열린 ‘2016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ook Fair2016)’에 참여했다. 올해 68회를 맞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국제 도서전이다. 이 행사에서 한국은 국내 인기 웹툰과 만화를 선보이는 ‘만화·웹툰 한국공동관’을 운영했는데, ‘닥터 프로스트’는 우수 콘텐츠로 선정돼 유럽 시장에 소개됐다.
과외보다는 다양한 경험 중시…음악인 3년만에 인기 웹툰 작가되다
“부모님께 만화가라는 꿈을 허락받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캐릭터를 구상하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심리학과로 진학했죠. 그 외에도 항상 ‘만화 그리기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보다 다양하게 경험했죠”
이 작가는 소위 말하는 SKY 명문대 출신이다. 충분히 시간 대비 고임금인 개인과외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향후 작품구상을 위해 쉬운 길을 포기했다. 웹툰 작가로 데뷔해 안정되기까지 10년 동안 동시에 3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유지했다. 고깃집 서빙부터 대학가 심부름센터, 전단지 부착, 김밥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사실 최초의 직업은 ‘드러머’였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내 연주를 평가해도 전혀 상처받지 않았어요. 직업이라기 보단 돈을 벌 수 있는 취미에 가까웠죠. 음악이 아닌 만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 OCN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의 한 장면 [사진=드라마 캡쳐]
이 작가는 한동안 홍대 클럽에서 드럼 연주자로 일했다. 하지만 그 일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에서 직업으로서의 한계를 깨달았다. 결국 대학 졸업 후 알바를 최소화하고 본격적으로 웹툰 작가 데뷔를 준비했다.
그는 2009년 스포츠투데이에서 ‘투자의 여왕’으로 데뷔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국내 3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에 입성하기까지 1년 반, 경제적으로 안정이 될 때까지 1년이 걸렸다. 총 3년간 웹툰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 끝에 웹툰 작가로서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계속 자기 자신에게 질문했어요. ‘왜 하필 만화야?’ 그 답을 찾고 났더니 어떤 난관이 있어도 끝까지 버틸 수 있게 됐죠”
웹툰 작가이자 교수, 라디오DJ, 방송인…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웹툰 꿈꿔
“가장 본질적인 정체성은 ‘만화가’예요. 모든 경험들은 결국 만화를 위한 것이니까요”
이 작가는 항상 다양한 경험에 목말라 있다. 지난 2014년에는 EBS라디오 ‘소설마당 판-라디오 웹툰’의 메인DJ로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다. 같은 해 tvN ‘더 지니어스:블랙 가넷’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최근에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에서 스토리를 강의한다.
“완결까지 보고 싶어지는 웹툰,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 작품이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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