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남동 기사식당거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연남동 일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면서 다수의 점포들이 철수했다. 기존 기사식당들이 떠난 자리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이색맛집들로 채워지고 있다. 사진은 연남동 기사식당거리 ⓒ스카이데일리
서울 마포구 연남동 기사식당 밀집 지역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주 고객층인 기사식당들이 사라지고 그곳에 외국인들의 취향을 맞춘 이색적인 분위기의 식당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다. ‘글로벌 맛집’ 밀집 지역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이곳의 변화는 공항철도가 들어서면서 접근성이 개선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묵는 숙소가 집중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빠르게 상승하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한 기사식당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그곳에 세계 각국 음식을 파는 이색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는 추세다.
날로 상승하는 임대료에 떠나는 터줏대감…새롭게 등장한 이방인들
연남동 기사식당은 연남파출소 앞 삼거리 일대와 동교로 일대 등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30년 전부터 자리를 지킨 1세대 기사식당은 ‘동촌소머리국밥’과 ‘송가네감자탕’ 등 두 곳이다. 일대 상인 등에 따르면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연남동 순댓국골목’으로 불렸다. 순댓국을 주 메뉴로 하는 점포들이 유독 많아서였다.
순댓국집 사이사이에는 저렴한 가격을 주무기로 한 감자탕·해장국·가정식·국밥 등이 자리했다. 일대 지역을 터전으로 삼은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도 존재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점들이 밀집돼 있고 맛 까지 훌륭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택시기사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 지역 일대는 기존 순댓국골목에서 기사식당골목으로 바뀌게 된 배경이다.
기사식당골목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각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홍대상권이 팽창해 연남동까지 확장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공항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됐고 인근 경의선숲길이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대거 늘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서부광역철도 건설도 예정되면서 임대료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대 부동산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연남동 기사식당거리 10평 점포의 임대료는 권리금 약 7000만원, 보증금 약 3000만원, 월 임대료 약 300만원 등에 형성돼 있다. 입지 조건이 좋거나 대로변에 위치한 식당들의 권리금은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A부동산 관계자는 “기사식당거리 임대료는 지난해 대비 18% 가량 상승했다”며 “연남동 일대 부동산 시세가 오르면서 건물 임대료 역시 자연스럽게 올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사식당 운영마저 힘들어지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B부동산 관계자는 “기사식당들이 떠난 자리에는 젊은층을 겨냥한 중국·일본·태국·대만·서양 등의 이국적인 음식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롭게 변신한 기사식당거리 이용객 84.1% 2030세대…업종 다변화 활발
나이스비즈맵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연남동 기사식당거리를 찾는 연령층은 홍대일대 상권과 마찬가지로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이들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4.1%로 압도적이다. 이곳 상권은 외부유입 인구가 70.7%의 비중을 차지했다. 주거인구와 직장인구는 각각 16.2%, 13.1% 등을 차지했다.
요일별 이용객 비중은 토요일이 24.18%로 가장 많이 몰렸다. 금요일 20.77%, 일요일 17.54% 등이 뒤를 이었다. 월·화요일은 각각 6%, 10%로 이용 비중이 낮아 대부분의 음식점이 휴무일로 지정하고 있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는 저녁 9시에서 자정까지가 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29.9%,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20.6% 등의 순이었다.
▲ 현재 연남동 기사식당거리는 일부 명맥을 유지 중인 식당들과 새로이 진입한 식당들이 혼재한 상태다. 사진은 연남동 기사식당 거리에 위치한 점포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남회관, 연남노가리, OB베어, 송이네 감자탕, 동촌 한우 소머리국밥, 잔등대 두루치기) ⓒ스카이데일리
이곳을 찾는 연령대에 맞춰 업종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소상공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장국·감자탕 업종은 지난해까지 5개가 있었지만 올해 3개가 문을 닫아 현재는 2개점만이 운영 중이다. 기사식당용 가정식 식당도 지난해 6월 이후 모두 문을 닫았다. 반면 20~30대가 주로 찾는 호프집, 포장마차, 바(bar), 양곱창·대창 등의 점포가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외국 음식점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업종은 중국음식점이다. 예전부터 화교들이 자리 잡고 살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중국음식점들과 달리 화교들이 운영하는 정통중국음식점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 중국음식점들의 월 평균 매출액은 5100만원으로 유사 상권보다 1000만원 가량 많았다.
세계 각지의 음식을 파는 점포도 상당수 존재했다. 태국음식점 ‘툭툭누들타이’의 경우 올해 초 ‘2017 미슐랭가이드 서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탈리안 파스타 전문점 ‘바다파스타’, 대만음식점 ‘리틀타이완’ 등도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점으로 꼽힌다.
리틀타이완 관계자는 “젊은 층의 유입이 상권 내 업종변화를 이끌었을 것이다”며 “이곳 특성상 큰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일반적인 프랜차이즈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요소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임대료가 점점 올라가고 상권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에 이를 견딜 만한 맛·개성 등의 주무기도 필수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관계자는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연남동·서교동에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들이 대거 밀집한 점 역시 이곳 상권의 업종변화를 이끈 요인이다”며 “외국인관광객들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 역시 해외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이곳 식당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매김 한 상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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