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의 포털장악 의혹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와” 문자메시지 내용 폭로와 더불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관련해 한 때 발생했던 A포털의 검색오류 현상을 두고 외압이 분명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런데 아들 병역특혜 의혹 제기라는 절묘한 시기에 발생했던 추 장관 관련 검색오류와 유사한 현상이 과거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한 차례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왜 하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여권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는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 업체 중 하나인 A포털 핵심관계자를 10월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소환해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당사자들 진술에서 진상규명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국민의힘이 진실을 밝혀낼 가능성은 아직은 미지수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른 사람 되고 추미애(cnaldo)는 안 돼…문자입력 오류 자동수정도 사람 가리나”
여권 포털장악 의혹은 9월 8일 윤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한 통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시 보좌진은 B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 기사가 뜨자 해당화면을 캡처해 윤 의원에게 보냈다. 보좌진이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라고 하자 윤 의원은 “이거 B포털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며 “B포털 너무하네요. (의원실로)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지시했다.
A포털 부사장 출신인 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캠프 SNS총괄본부장을 지내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거친 뒤 21대 국회에서 입성했다. 21대 국회에서는 포털사업자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이런 윤 의원이 주 원내대표 연설 관련 기사의 1면 게재를 이유로 포털사업자를 국회로 호출한 건 명백한 외압이라는 지적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어제 카메라 렌즈에 찍힌 사진 한 장은 우리의 시간을 40년 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은 물론 언론탄압이라는 무시무시한 독재의 시간으로 회귀시켰다”며 “윤 의원은 과방위 사보임은 물론 의원직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가 의혹도 내놓으면서 국정조사 계획까지 밝혔다. 이들은 “윤 의원은 우리 당이 현 정권 언론통제와 관련해 주목하던 요주의 인물이었다. 드루킹 사건 당시 1심 판결에서 ‘A포털 임원 중 바둑이(김경수 경남도지사) 정보원이 하나 있다’는 진술이 나왔는데 윤 의원을 의심하기 충분했다”며 “그런 그가 어제 본인 스스로 문재인정권 행적을 역사와 국민 앞에 드러낸 것이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까지 정부·여당의 포털장악 의혹을 주장했다.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포털 뉴스편집을 통해 집권여당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구심을 기정사실화했다”고 성토했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끝내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낙연 대표와 달리 주 원내대표 연설은 포털 메인에 전문까지 붙어 기사가 떠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추 장관과 관련된 검색내용에서도 석연찮은 정황이 포착돼 정부·여당의 포털 통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추 장관 아들 병역특혜 의혹이 한창 불거지던 지난달 19일 “스마트폰으로 A포털에서 ‘추미애’를 검색하면 첫 화면 상단에 뜨는 검색카테고리가 이상하다”며 “보통 정치인은 뉴스 다음에 이미지 순인데 추 장관만 한참 뒤로 가서 쇼핑 다음에 뉴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지적은 ‘추 장관 측이 A포털에 외압을 넣어 자신의 이름을 검색할 시 상단 검색카테고리에서 뉴스가 제일 마지막에 뜨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자판에 실수로 영문으로 김근식(rlarmstlr) 등을 치면 바로 (한글로) 전환돼 검색화면이이 뜨지만 추미애(cnaldo)만 자동전환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의혹 제기 하루 만에 검색오류 현상이 바로잡힌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지난달 20일 “이제 추미애 A포털 검색 카테고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말 신기하다”며 “어제 제가 추 장관만 검색 카테고리 순서가 이상하다고 했고 언론에 기사화되니 오늘 바로 정상이 됐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에 대해 A포털 검색 개발 담당자인 원모 씨는 A포털 공식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이용자의 클릭 데이터 집계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추 장관 이름을 포함해 다른 일부 검색어에서도 같은 오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윤영찬 文캠프 합류 직후 A포털서 사라진 ‘文 아들특혜’ 자동검색어
이런 상황에서 권력의 포털장악 의혹을 낳은 여권 핵심인사에 대한 검색오류 현상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한 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관련해 차떼기․조폭 등의 부정적 소문이 퍼지던 2017년 4월 6일 A포털에서는 돌연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연관된 ‘아들 특혜’ 등 부정적 연관검색어가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에 대한 ‘귀걸이 이력서’ 등 특혜 의혹이 막 불이 붙기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 A포털 측은 당일 오후 5시21분부터 50분까지 29분 동안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의당은 최소 6시2분까지 문 후보 관련 연관검색어가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당시에도 의혹의 핵심인물로 거론됐다. 국민의당은 “이 사고는 최근 문재인캠프가 윤영찬 A포털 부사장을 SNS본부장으로 영입하고 SNS 불법선거운동 처벌 전과가 있는 조모 씨를 영입해 SNS를 통한 여론조작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윤 부사장과 이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씨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2012년 12월 발생한 ‘신동해빌딩 습격사건’의 핵심인물이다. 민주당이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6층에서 불법 SNS 선거사무실을 운영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을 급습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그는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법선거운동이 인정된 셈이었지만 조 씨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캠프에 영입돼 SNS지원단장으로 일한 뒤 청와대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을 지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그는 지금도 민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 핵심인사들을 둘러싼 사안이 논란이 되는 시기에 당사자들에 대한 검색오류가 같은 포털에서 두 차례나 발생할 가능성은 상식적으로도 높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국민의힘 ‘드루와 특위’ 핵심관계자는 “조모 씨가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키맨이 될 수도 있다”며 “진상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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