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및 수도권 유휴부지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 사전청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개설 한 달 만에 3기 신도시 홈페이지엔 100만명이 다녀갔다. 청약을 위해 3기 신도시 인근으로 이사를 가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전청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우려 섞인 반응이 앞서고 있다. ‘끝나지 않은 토지보상’을 이유로 사전청약이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지연이 현실화 된다면 사전청약 발표가 민심 달래기 용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섣부른 발표로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에 불만을 지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 발표에 토지주들 “왜 사유재산 개발을 정부 맘대로 하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이 안정적 주택공급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 7월 사전청약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 공공분양주택을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3만호씩 조기에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인천계양(1100호)는 내년 7~8월, 남양주 왕숙2(1500호)는 9~10월, 남양주 왕숙(2400호)·부천 대장(2000호)·고양 창릉(1600호)·하남 교산(1100호) 등은 11~12월 등에 사전청약을 실시한다.
정부가 사전청약 일정을 구체화하자 3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 내 토지 주인들이 들고 일어섰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는 3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토지보상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보상조차 실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은 사전청약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채관 공전협 의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발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과 보상 협의를 한 뒤 사전분양을 발표하는 게 순서다”며 “3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사전청약 발표의 전면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명, 지자체가 1명, 토지 소유주가 1명의 감정평가사를 선정해 값을 매기지만 토지주들에게 유리한 평가가 나오긴 어렵다”며 “LH가 감정평가사에게 일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니 밥줄을 유지하기 위해선 LH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의장은 “LH가 감정평가에 개입할 우려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피수용인들이 전혀 원치 않는 사전청약을 계속 진행한다면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음을 거듭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토지주들의 거센 반발로 사전청약 일정은 틀어질 가능서이 높게 점쳐진다. 토지보상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공공택지기획과 관계자는 “국토부는 지구계획과 토지보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보상공고 나간 상태인데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공고가 나간 것으로 국토부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보상 지연 우려가 적은 곳을 사전청약 물량으로 배정해 사전청약 일정을 세웠다”며 “만약 한 블록이 토지보상이 늦어지면 다른 블록으로 변경해서라도 사전청약 일정을 맞출 것이다”고 답했다. 블록은 사전청약 최종 공고가 나가는 시점에 공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전청약 일정 미뤄질 가능성 높아…여론 달래기용 희망고문 자제해야”
국토부가 대안을 제시했지만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여전히 사전청약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곳이 반기를 들면 다른 곳에서도 보상금액 등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번 사전청약 발표로 수도권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을 부작용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사전청약 발표와 관련해 “아직 토지보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청약을 이야기 한 것 자체가 문제다”며 “주민들이 힘을 합쳐 지방토지수용위원회 나아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까지 이의 제기를 이어간다면 적어도 2~3년은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보상이 끝나지 않는다면 그 땅은 국토부나, LH의 소유가 아니다”며 “남의 땅을 가지고 분양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 등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부동산 정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야 하는데 정치를 위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전협에서 이토록 분노하는 것을 보면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 판단된다”며 “서둘러 사전청약 일정을 발표한 것은 정부의 공급에 대한 조바심을 보여주는 결과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상절차가 끝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사전청약 일정이 제 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지금 봐선 못 맞출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청약을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일정이 미뤄져 계속 전세로 산다면 3기 신도시 일대 전셋값은 몇 년 동안은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월세로 대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 대표는 “부실공사를 막고자하는 정부가 선분양보다 더 빠른 사전청약을 진행한 다는 것은 향후 주거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후분양을 원하는 시대의 흐름과 동 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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