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임차인 보증금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집주인의 부담을 키우는 법안을 통과시켜 오히려 임차인이 피해 받는 사례가 나타나 주목된다. 임대보증보험 의무가입 법안이 그것이다.
임대보증보험 의무가입 법안이 시행된 이후 임대인들 사이에선 가입절차가 까다롭고 부담스러운데다 시중금리마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목돈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아예 없애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보증금이 없으면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최근 대학가 연립·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 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라진 보증금만큼 월세가 상승해 정작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월세 시세는 보증금을 기준으로 책정돼 왔다.
집값 올려놓고 임차인 권리 앞세워 애꿎은 임대사업자만 때리는 정부
문재인정부는 출범 당시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 환경을 만들고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 경감을 줄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수차례에 걸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좀처럼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올해 들어 정책 노선을 선회했다.
개발 호재를 막고 대출을 막는 기존의 정책 기조를 넘어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무분별한 규제로 인한 부작용 책임을 다주택자의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이 고조됐지만 정부 입장은 변함없었다. 이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본격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먼저 취득·보유·양도세를 대폭 인상했으며 다주택자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등록임대주택 특혜도 폐지했다. 민간 임대사업자의 공적 의무도 강조하며 임대사업자들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종전엔 건설임대나 100가구 이상의 매입임대에 대해서만 이 같은 의무가 적용됐다.
그러나 법 시행 1년 뒤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부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SGI서울보증의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임대사업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갑작스레 다주택자·임대사업자들의 세부담이 증가하고 혜택마저 사라지자 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다주택자·임대사업자들이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건을 거두고 증여나 실거주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매물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특히 8월부터 임대보증보험 의무가입이 전면 시행된 이후엔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없애 가입 의무를 피하기 위해 보증금을 없애는 대신 월세를 올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시중금리가 낮아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더라도 이자수익도 낮은 데다 정부의 세율 조정으로 세부담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번거로운 의무보험까지 가입해야 되자 아예 보증금을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대학교 학사 일정 등이 불안정해 단기계약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점도 무보증 임대 매물 증가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복잡하고 돈드는 임대보증보험 의무가입에 반발한 집주인 월세 올려 무보증 임대
현재 시장에서는 계약 기간에 대한 월세를 한꺼번에 선지급하는 계약형태의 물건이 부쩍 늘고 있다. 이 같은 계약은 주로 상가에서 이뤄졌는데 정부 정책에 반발한 집주인이 늘면서 오피스텔과 다세대·연립주택까지 퍼졌다.
실제로 강남, 잠실 일대에는 이러한 무보증 물건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잠실본동 S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께부터 보증금 없이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증금을 없애는 대신 월 임대료는 올리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잠실본동의 실평수 7~8평대 신축 원룸의 경우 90~100만원, 오피스텔은 100만원 이상 등인데 기존 대비 약 15~20만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며 “이러한 무보증 원룸·오피스텔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최근 임대보증보험 의무 가입에 반발한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물건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서도 무보증 매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관악구 소재 H부동산 관계자는 “원래 이곳 일대에 무보증 원룸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몇 달 사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대학가라는 지역 특성상 보증금이 비싼 지역은 아니지만 임대보증금 의무 가입화 시행 이후 보증금을 없애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윤정태 씨는 “수십년 동안 보증보험가입 없이도 안전하게 임대사업을 해왔다”며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고 해서 알아봤더니 절차도 복잡하고 가격도 적지 않았다. 집주인이 죄인도 아니고 모든 것들은 집주인에게 떠맡기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보증보험 가입의무 부여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보험을 강제적으로 가입하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은 연세 등을 선택하게 된다”며 “무보증 월세는 고비용 구조인 만큼 소비자를 위한 대책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보증보험은 계약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임차인이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다”며 “임차인을 위한 보험을 임대인이 부담하게 하는 특별법 재정은 시장에 혼란을 키우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