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있다. 한강 이남 11개구 중 송파구 감소세는 특히 두드러진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실제 매물은 포털사이트나 부동산 매물정보 사이트 등에 올라온 매물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전세난이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내에서 매물 1건이 등장하면 주변 부동산 수십여 곳이 일제히 해당 물건에 매달리기 바쁘다는 전언이다.
가격 올라도 매물 씨 말라…서민 위한 부동산 정책에 설 곳 잃은 서민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이하 아실)에 따르면 이달 25일 서울 송파구 전세매물은 591건으로 불과 3달 전인 7월 25일 4316건과 비교해 약 8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매물 축소폭이 컸던 곳은 서울 관악구로 같은 기간 688건에서 119건으로 82.7%나 감소했다.
이어 △서울 강서구 82.5%(1728건→303건) △서울 구로구 79.8%(809건→163건) △서울 양천구 76.1%(1898건→454건) △서울 동작구 75.6%(1162건→283건) △서울 서초구 73.8%(5545건→1454건) △서울 강남구 73.5%(6623건→1753건) △서울 영등포구 70.8%(2575건→752건) △서울 강동구 49.5%(1981건→1001건) △서울 금천구 46.2%(225건→121건) 등의 순이었다.
매물 감소로 희소성이 커지면서 전세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강 이남 11개구 중 강동구와 송파구 등의 상승세는 특히 눈에 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7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강동구 평균 전세가는 8.14%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전세가가 3.12% 오른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이어 △송파구 5.59% △관악구 2.96% △강남구 2.88% △금천구 2.59% △구로구 2.54% △영등포구 2.30% △강서구 2.10% △양천구 2.09% △동작구 1.87% △서초구 1.57% 등의 순으로 올랐다.
각 지역 주요 단지의 시세를 살펴보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올림픽선수기자촌2단지’ 전용면적 100.31(약 30평) 12층 호실은 이달 14일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1988년도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20여일 만에 3억원이나 전세값이 올랐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시행을 앞둔 7월 18일 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새 4억원이 상승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자리한 ‘롯데캐슬’ 전용면적 180.52㎡(약 55평) 21층 호실은 이달 19일 10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8월 20일 같은 면적 호실 11층이 7억6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해 2억4000만원 뛰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116.19㎡(약 35평) 8층 호실은 이달 8일 14억원에 계약됐다. 지난달 25일 11억5500만원에 전세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4500만원 상승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자리한 ‘동아하이빌아파트’ 전용면적 84.97㎡(약 26평) 호실은 이달 6일 14층이 5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8월 3일 20층이 3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해 2억원 뛰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아이파크’ 전용면적 59.99㎡(약 18평) 호실은 이달 21일 9층이 6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 26일 12층이 5억5000만원에 계약된 것 대비 8000만원 올랐다.
공인중개사 “전세 매물 올라오면 부동산 수십여곳 달려 들어”…전문가 “규제 없애야 종식”
전세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전세매물이 등장할 경우 수십여곳의 부동산이 해당 매물을 포털사이트나 부동산 정보 사이트 등에 올리기 때문에 실제 매물은 표면적으로 비춰지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자리한 E부동산 대표는 “수천세대의 신축 아파트가 있지만 나오는 매물은 정말 몇 개 안된다”며 “대단지에 공급면적 20~30평대 전·월세 매물이 합쳐야 4개는 될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단지도 비슷하다”며 “수십곳의 부동산이 중복 등록한 매물이 많아 마치 매물이 50~60개씩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씨가 마른 상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세와 관련해 “몇 달 전 입주 시 5억~6억원하던 전세물건의 시세가 10억이 됐다”며 “2년 후 2억이 오를 시세가 정부·여당의 임대차3법 시행으로 4억 이상 오른 셈이다”고 우려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S부동산 대표도 “임대차3법 영향으로 잠실일대 아파트 전셋값이 2년 후 시세를 반영해 나오고 있다”며 “공급면적 30평대 매물이 2년 전 9억원 전후로 계약이 체결됐는데 11억원이 아닌 13억원으로 시세가 올라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 후엔 15억원을 예상한다”며 “그럼 5% 내에서 계약 연장을 하신 분은 2년 후 6억원 이상을 더 준비해야 하는데 누굴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논리로 부동산을 바라보고 정책을 실시해 이런 사단이 났다”고 강조했다.
관악구와 강서구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들 역시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세 문의가 끊이지 않지만 정작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악의 전세난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경우 전세난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송파구와 강동구는 임대사업자가 물건을 많이 등록했던 지역으로 안다”며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고 만기 시장에 나오는 임대 물량이 그대로 남아 다른 이에게 가는 것이 아닌 실거주 목적을 가진 수요자가 매매해 사라지는 형태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권은 입지가 좋으니 증여를 다수 선택하고 있다”며 “이것이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는 이유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지금의 정책 기조 하에서 전세가격을 안정화 시킨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2017년 8·2대책 이전으로 돌아가 다주택자 규제부터 없애야 시장에 안정이 찾아올 것이다”고 조언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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