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정책에 대한 반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전국적으로 공인중개사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가 오히려 멀쩡한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내년 보궐선거, 차기 대선에서의 낙선운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전국 공인중개사들의 거센 항의에 정부는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지만 이미 ‘중개사 없는 시스템 연구’에 133억원의 예산까지 배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반발 여론은 일반 대중에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태를 목도한 다수의 국민은 현 정부의 거짓말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없는 거래’ 추진에 서민부동산 반발…정부 예산안 배정하고도 “그런적 없다” 발뺌
지난달 31일 전국 460개의 시험장에서 열린 31차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34만3076에 달했다. 전년(29만8327명) 대비 13% 증가한 수치로 1983년 공인중개사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방송인 서경석까지 이번 시험에 응시했을 정도로 공인중개사는 노후 대비 ‘중년고시’로 각광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문재인정부가 합격인원 조정 등 시험제도 개선에 나서는 대신 현 제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공인중개사를 장려한 결과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를 장려해 온 정부가 최근 공인중개사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 9월 지능형(AI) 정부 구축 추진 일환으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 등 19개 분야 블록체인 활용 실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중개사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에 결사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시위 등 조직적 행동을 통해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개사협회는 같은 달 23일부터 박용현 협회장을 시작으로 국회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당사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이에 앞서 같은달 2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상서’라는 제목의 비판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이틀 만에 6만8852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올해 7월 현재 중개업 종사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며 “일자리창출을 선포한 국가가 역설적으로 실업자 양산에 앞장선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에 혈세를 쏟아 붓기 전에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100만 중개인 가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창출 계획을 발표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사태는 점차 확대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주택 중개 상호편의를 높이기 위해 가상현실 시스템 활용 등 방안은 계속 추진 중이지만 아예 중개사 없는 거래환경을 만드는 내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산안 자료를 발표한 기재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 낸 자료를 취합했을 뿐 세부내용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은 금시초문이다”고 피력했다.
정부 발표에는 분명 관련 내용이 있지만 정작 입안 부처는 없는 셈이 되면서 오히려 성토의 목소리를 고조됐다. 공인중개사들은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예산까지 책정했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며 반발 수위를 높여 나갔다.
중개사협회 관계자 “내년 보궐, 차기 대선에서 밥그릇 뺏은 정부·여당 낙선운동 하겠다”
공인중개사들의 분노는 전국 각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소속 부동산에는 정부 규탄 포스터가 부착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A부동산 관계자는 “23차례의 정부 부동산 정책이 양산되면서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국민에게 바뀐 정책을 설명하느라 욕은 욕대로 먹고 진땀을 뺀다”며 “임대차3법으로 가게 운영도 안 되는데 정부는 엄한 공인중개사만 잡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포동 B부동산 관계자는 “민주적이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 거라는 말에 속아 지지한 내가 부끄럽다. 세금조차 아까울 정도다”며 “앞으로는 그들(여권)에 손 내밀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중개사협회 대구지부 수성구지회는 지난달 16일 집회를 열고 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반대 결의대회 및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지부는 같은 달 13일 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당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인천지부는 같은 달 19일 정책 철회가 없으면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여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전북지부는 지난달 29일 국회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열고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 구축의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노동식 지부장은 “정부는 임대차3법 부작용을 없앤다는 취지로 공인중개사를 말살하려 한다”며 “정책을 결사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은 내년 보궐선거, 차기 대선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공인중개사들을 중심으로 낙선운동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단은 공론화되지 않은 몇몇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낙선운동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막을 이유는 없다”며 “이대로라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민주당을 우리가 지지할 이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낙선운동 현실화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여러 악재가 있는데 100만 공인중개사들까지 등 돌리면 선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공인중개사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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