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무리한 친노동 행보가 영세한 중소·중견기업의 피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노동계가 추진 중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입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근로자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해당 법안이 사업주에게 지나친 수준으로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형사 책임까지 부과하는 방향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산업재해(산재)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서 월등히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만큼 영세한 중소기업과 사업주는 처벌을 받을 경우 회복 불가능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혹시나 모를 사고 한 번에 기업 문 닫을 판…사고 나길 바라는 사장이 어디있겠나”
부산에서 중소 건설사를 운영하는 김상근 대표는 최근 부쩍 고민이 늘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면 건설 현장 인부들에 대한 안전 의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크고 작은 산재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 현장의 특성 상 혹여 사고가 발생하면 자신을 비롯해 기업에 부과되는 처벌 수위가 높아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혹시나 모를 위험은 산업현장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경우 인력이 많이 투입될 때는 하루에 수십명에 달하는데 사업주가 건설 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런데도 고의가 아닌 과실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업주와 기업이 어마어마한 벌금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사정도 몰라주고 사업주와 기업에게 폭넓은 의무만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며 “해당 법안이 사고 예방이 아닌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징벌적 처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산재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되레 사업주와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일각에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한모 대표도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특히 근로자 보호를 위해 사업주와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입법이 오히려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산재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안전은 중요하다는 법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중소기업에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수칙을 다 지켜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불의의 사고로 인해 사업주는 최소 5억원 이상, 기업은 최대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면 누가 나서서 공장 짓고 생산하고 판매·공급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산재 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고 사업주와 기업들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은 이 나라에서 기업하지 말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며 “일자리를 만들어도 부족한 판국에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영 활동을 저해하면 수많은 근로자들의 밥그릇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에 앞서 중소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망 사고 벌금 최소 6억원…영세 중소기업 폐업 사태 불가피, 근로자 생계도 막막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범여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에 이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자 사망 시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놨다.
만약 위험 방지 의무 소홀로 인한 근로자 사망 땐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범위가 확대된다. 기업(법인)에게는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기업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매출액의 10%를 벌금으로 내도록 가중처벌 조항도 담겨 있다.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주와 기업들이 현행 안전·보건 규정을 100% 완벽하게 준수할 수 없는 물리적 제약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산재 사고의 책임만 지우려 하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해당 법안이 본래 단속 목표였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해당 법안이 예방보다 징벌에 초점을 맞춰 과도한 벌금을 매기고 있어 중소기업의 폐업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 855명 중 94.4%인 807명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이 중 77.2%인 660명은 50인 미만 소기업에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역시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나치게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조해 과잉 입법 논란이 크고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주된 처벌 대상이 될 것이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만약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의해 유죄 판정을 받은 기업은 사업주 최소 5억원, 법인 최소 1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해당 기업이 올리는 매출액의 10%를 벌금으로 추가로 내도록 돼 있다. 벌금만 최소 6억원 이상 내야 한다.
사업주의 벌금 상한은 정해지지 않은데다 법인의 경우 최대 20억원까지 책정될 수 있어 벌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업허가 취소·정지 등의 제재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벌금을 부담할 수 있는 만큼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지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평균 연매출은 4억110만원이다. 중소기업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1년 전체 매출을 쏟아부어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른 최소 6억원의 벌금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계 안팎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의 투자가 위축돼 종국엔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코로나 이후 크게 요동치고 있는 고용 시장이 기업의 경영 활동 및 투자 의욕 위축과 맞물리게 되면 국가 경제는 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면 사업주들은 파리 목숨이 될 수밖에 없다”며 “툭하면 안전사고 예방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사업주를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시켜 CEO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기업의 경영 활동만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