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차트를 휩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영국의 한 무명 작곡가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에도 실력은 출중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는 작곡가가 많이 있어요. 이런 분들의 음악을 전 세계에 유통·판매하는 게 목표예요. 현재까진 케이팝만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각국의 현지 음악도 세계에 소개하고 싶어요. 글로벌 음악 콘텐츠 유통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꿈이죠.”
음악은 현대인에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하나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인류사에서 음악이 이토록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많은 현대인은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음악과 함께한다. 몇 년 전부턴 우리나라 방송가도 음악이 점령했다. ‘슈퍼스타 K’ ‘케이팝스타’ ‘미스·미스터트롯’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같은 음악 관련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보니 음악 창작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비트썸원’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음원 유통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1차 창작자와 2차 창작자는 음악의 기반이 되는 비트(Beat)를 거래한다. 비트란 쉽게 말해 반주(MR), 연주(Instrumental)의 초기 단계로 이해하면 된다. 과거엔 한 명의 작곡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만드는 형태였지만 요즘엔 여러 명이 많은 단계를 거쳐 곡을 만드는 추세라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비트썸원은 이러한 수요에 맞춰 전 세계의 음악인들을 이어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비트썸원의 사무실을 방문해 김용환 대표(38)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블록체인, 불법 카피 문제에 대한 대안
김 대표는 창업 전 YG엔터테인먼트, IHQ,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연예기획사에서 신사업팀 팀장을 지냈다. 경력만 무려 12년이다. 신사업이란 방송, 공연, 광고 등 연예 활동을 제외한 모든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팀을 말한다. 이후 그는 온라인 뷰티 홈쇼핑 ‘우먼스톡’에서 전략실장으로 기획·마케팅을 총괄 지휘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중 그는 음악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로 돌연 결심했다.
“신사업팀을 이끌면서 사업과 제휴를 많이 진행했고 우먼스톡에서도 높은 성과를 냈어요. 다만 사업을 직접 해보지 않았다는 것에 항상 목마름이 있었죠. 회사의 직원으로서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높은 성과를 냈을 때도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내 능력만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죠. 그러다가 더 늦기 전에 많이 활동할 수 있고 몸으로 부딪힐 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돼서 음원 유통 관련 사업에 뛰어들게 됐어요.”
비트썸원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ICT(정보통신기술)플랫폼이다. 음원 디지털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판매·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트썸원에서 비트 음원을 판매하는 사람은 비트메이커, 작곡가, 프로듀서, 뮤지션 등 음악 창작자다. 그리고 뮤지션, 아티스트, 래퍼 등의 수요자는 비트 음원을 구매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음악을 필요로 하는 국내·외 기획사, 영화제작사, 방송사, 게임사 등이 비트썸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을 영상화하거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전용 음원의 수요도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수요 시장을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트 음원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구매한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생소하지만 글로벌 음악제작 시장은 21조원의 엄청난 규모예요.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는 이미 시장이 탄탄히 형성돼 있죠. 3년 전만 해도 케이팝 수출국 가운데 미국은 7위에 불과했지만 3년 만에 700% 이상 성장해서 지금은 2위가 됐어요. 지금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케이팝을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판단했어요.”
음악의 트렌드가 날이 갈수록 빠르게 변하면서 음악제작 방식도 많은 변화를 거치고 있다. 예전에는 곡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작곡가 한 명이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금은 약간 다르다. 힙합, 댄스, EDM 등 일부 장르는 트렌드에 맞는 비트를 구매해 본인의 노하우와 센스로 추가 작·편곡을 하며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제작하고 있다.
“저희는 이러한 수요에 맞춰서 음원을 유통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포함해 판매하고 있어요. 물론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크리에이터, 유튜버 같이 단기간 배경음악만 필요한 회원을 위해 라이선스 임대 개념의 옵션도 있고요. 임대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죠.”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음악이 온라인으로 공개될 때 나타날 불법 카피(표절)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업에 종사하는 프로듀서, 뮤지션 그리고 기획사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듣고 설문을 한 뒤 플랫폼을 기획했다.
“비트 음원은 완성되지 않은 음악이기 때문에 음악저작권협회(KOMCA)에 등록하기에 부족하고, 저작권 등록을 한 후에는 판매할 때 번거로운 서류작업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죠. 그때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게 됐어요.”
원리를 설명하자면 프로듀서가 음원을 등록하면 블록체인에 토큰(특정 응용 서비스만을 위한 별도의 지불 수단)이 생성돼 이후 해당 음원에 대한 회원들의 모든 기여 활동과 유통 거래내역, 정산내역까지 모두 투명하게 기록하고 암호화해 보관하는 식이다.
“국내 동종 경쟁사 중에서 기술 기반으로는 비트썸원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어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경쟁력이죠. 최근 NFT(Non-Fungible Token·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어 희소성을 지닌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저희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음악에 특화된 NFT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현재 많은 파트너사와 진지하게 얘기가 오가고 있죠.”
전 세계 현지 음악, 글로벌로 유통하는 게 궁극적 목표
회사를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국내에서 비트썸원 브랜딩과 시장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오프라인 음원 유통체계에 많이 머물러 있는 시장상황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인식을 개선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 많아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다행히도 비트썸원을 긍정적으로 봐주고 함께하자고 연락하는 현업 (종사자)분들과 기업이 많아지고 있어서 올해는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어요.”
높은 성장세는 증명되고 있다. 지난달 초 비트썸원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덤덤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핵심 청년 창업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 11기에 최종 선정됐다. 작년 10기에 이어 2년 연속 선정이었다.
“높이 평가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희의 가장 큰 강점은 내부 팀원들이 가진 인프라를 이용해 공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또한 국내에 아직 높은 점유율을 가진 유사 플랫폼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죠. 특히 올해는 기술적인 고도화를 제시했는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아 더욱 좋았어요.”
음악인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비트썸원은 지난해 연말 비트메이커 시상식인 ‘에이비어워드’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비트메이커들이 대중음악 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연말 시상식에선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서다. 이번 시상식을 계기로 유능한 비트메이커 발굴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밝혔다.
“비트메이커라는 직업이 음악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를 통해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요. 기획사, 아티스트 등 현업에서 인정하는 분위기와 약간 상반되죠. 이러한 분들을 위한 시상식을 만들어보고 싶어 작년 연말에 진행했어요. 감사하게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네이버OGQ마켓에서 후원해주셔서 성공적으로 20명을 선발해 트로피를 시상했죠.”
앞으로 목표가 궁금했다. 김 대표는 케이팝을 넘어 궁극적으로 전 세계 각국의 현지 음악을 글로벌로 유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능력을 검증받은 글로벌 콘텐츠 유통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판매자 회원을 많이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판매자 회원이 곧 높은 음원 수 확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죠. 또한 비트음원뿐만 아니라 완성된 MR곡도 유통을 하기 위해 기능을 준비하고 있으며 완성된 음악인만큼 수요자와의 매칭을 위한 기술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끝으로 김 대표는 장기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논의하는 중이라면서 세계 여러나라와 폭넓은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의 AI(인공지능)음악 기술기업,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본의 음악유통사 등 다양한 국가와 업종을 통해 전략적 계약을 체결하고 더 많은 파트너사를 찾고 있죠. 이와 함께 지난해 시드투자에 이어 올해 ‘프리(pre) 시리즈 A’를 목표로 투자유치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결국 전 세계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게 목표예요.”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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