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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클럽에서 벌어진 집단폭행 사건…초유의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
2018년 11월 24일 미술감독 겸 연출가 김상교 씨는 당시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을 찾았다가 클럽 이사와 보안요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늑골이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다. 여기까지는 유흥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폭력사건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피해자인 김 씨가 당시 출동한 경찰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았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업소가 사건의 현장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집단 구타를 당한 인물을 가해자로 내몰렸다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경찰의 태도가 각종 의구심을 키운 탓이었다.
사건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버닝썬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버닝썬에서 손님을 상대로 환각제를 판매한다는 의혹부터 경찰유착, 성접대, 조세회피, 몰카(몰래카메라) 공유 등 다양한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당국에 엄정 수사를 지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고 경찰청장도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까지 엄정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관심과 의혹은 커져만 갔고 급기야 여론 안팎에선 수사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동시에 ‘권력의 비호’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현 정권이 유력 인사가 연루돼 있다는 주장가지 제기되면서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야당에서도 권력형 게이트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9월 경찰관계자 A씨와 정부 고위관계자 B씨가 함께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B씨는 “서울대 전체 회식 뒤 70~80명이 전체 돌아가면서 찍은 사진이다”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직접 식당에 가봤더니 35명밖에 못 들어가더라”며 재반박했다.
당시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들은 여론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완강히 부인했고 재판부도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관계자 A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경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A씨가 승리와 범죄를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일부 혐의로만 기소됐으며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도 수사 개입 의혹 등을 제외한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연예인들의 일탈’ 일단락 된 버닝썬 사태… 피해자 “차기 정권서 반드시 재수사해야”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고 범죄를 공모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재판도 이뤄지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그러나 여전히 당시 사건의 피해자인 김 씨는 의혹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로부터 회유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한창이던 중에 한 여권 인사가 나를 불러 ‘그냥 덮자.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게’라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C씨가 나에게 어디까지 아느냐고 물어서 ‘B씨가 (수사 부진)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버닝썬 게이트 화살이 정계로 향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 여권 관계자가 연예계로 여론의 관심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버닝썬 사건 연루 의혹을 산 권력자들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했으며 현재 사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9월 15일 대법원 1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계자 A씨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반면 당시 사건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들은 징역을 살고 출소했거나 여전히 감옥에 있다.
버닝썬 사태 당시 사법당국 수사를 통해 성범죄 공모 범죄가 드러난 아이돌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씨는 출소한 상태다. 같은 혐의를 받은 가수 정준영 씨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아 여전히 복역 중이다. 정 씨의 출소 예정 시점은 2025년 10월 1일이다. 버닝썬 소유주로 알려졌던 전 빅뱅 멤버 승리(이승현)는 군에 입대해 군사재판을 받았다. 8월 12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황민제 대령)은 불구속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1억5690만원을 명령했다. 이 씨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법정 구속됐다.
사건의 최초 피해자인 김 씨는 버닝썬 사태가 ‘연예인들의 일탈’로 마무리되고 서서히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20대 마지막 3년을 이 사건으로 보냈고 내년 초쯤이면 재판이 끝난다”며 “의심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마무리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사건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차기 정권에서 반드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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