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테마주 생애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선거일이 임박하면 테마주 주가가 떨어지면서 과열이 해소됐지만 이번에는 공매도 제한으로 주가 하락이 지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가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기에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하 자본연)은 대선 테마주 83개 종목을 분석한 ‘20대 대통령 선거 정치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21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테마주로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83개 종목은 대통령 선거 후보와 기업 경영진 사이에 공통 지인(44%), 경영진과의 사적인연(18%), 학연(16%) 등 해당 기업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매우 막연한 관계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남길남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대선 정치테마주는 기업의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면서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는 주식 종목을 일컫는다”면서 “기업가치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테마주 현상은 과거 대통령 선거 사례를 보면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전 대선 정치테마주와 마찬가지로 20대 대선 정치테마주도 관련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등락이나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지난해 연초 대비 962% 가격이 급등했던 종목도 있었다. 정치테마주로 거론되자마자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가 바로 거래가 정지된 경우도 존재했다.
일부 종목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20대 대선 정치테마주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매우 컸던 2020년에는 96번의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정치테마주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던 작년에는 148번을 기록해 상한가 빈도가 54.2% 증가했다. 반면 일반종목의 상한가 빈도는 지난해 38.4% 감소했다.
정치테마주의 가격 급등은 일반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18·19대 대선 과정에서 각각 상위 두 후보의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64개 종목은 선거가 본격화될수록 모두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선거일이 임박해지면서 과거 두 정치테마주 지수는 선거일 기준 13~24거래일 전부터 빠르게 하락했다. 이번에도 선거일에 임박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자본연은 공매도 제한이라는 과거 대선 정치테마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규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만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는데 자본연이 들여다 본 20대 대선 정치테마주는 모두 공매도 허용 종목이 아니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19대 대선 테마주의 신용융자잔고와 공매도잔고를 분석하면 두 잔고비율이 동조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정치테마주가 상승함에 따라 신용융자잔고가 증가하고 이후 공매도잔고가 따라서 늘어나는 특징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테마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코스닥 중소형주는 일반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드문 편인데 19대 선거 국면에서는 거의 모든 정치테마주 종목에 공매도 거래가 집중돼 일정정도 공매도가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억눌렀다”면서 “20대 대선 정치테마주는 19대 대선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높은 신용융자잔고비율을 보이고 있으나 공매도는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선거일 전후 정치테마주 가격 추이가 과거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매도 거래가 규제되면서 과거 정치테마주처럼 선거일에 임박해서 주가가 하락했던 패턴이 약화될 수도 있지만 향후 주가 하락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에게 각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다.
남 연구위원은 “공매도 거래자들은 정치테마주 주식들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가격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일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이들의 시장참여가 차단되면 정치테마주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시장에서 바로 해소되지 못하고 계속 누적되면서 비록 과거처럼 선거일 직전의 주가 하락 현상은 완화돼 나타날 수 있지만 자칫 주가 하락 국면에서 하락 폭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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