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에 탈북인이 인권상을 수여했다. 탈북인 한봉희 한의사가 이사장인 ‘한원채인권재단’은 22일 모처에서 박근혜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한원채인권상을 수여했다. 오석(烏石)에 새겨진 상패 문구에 눈길이 간다.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을 집필해 북한의 실상을 폭로한 ‘탈북하지 못한 탈북인’ 한원채(韓元彩·1943∼2000)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북한 인권 신장과 통일을 위한 귀하의 지속적인 관심과 특별한 실천 등 숭고한 헌신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이 상을 드립니다.”
올해로 세 번째인 한원채인권상은 아내와 세 자녀 등 다섯 식구와 함께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에서 체포돼 강제북송 3일 만에 고문사한 한원채(韓元彩·1943∼2000) 선생을 기리기 위해 북한인권 신장과 통일운동에 헌신해온 인사에게 주는 상이다.

한원채 선생은 세 번째 강제북송 직전 차녀인 한 이사장에게 “저 어둠의 세계, 북조선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북녘 주민이 모두 자유를 찾고, 노예에서 해방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내가 대한민국에 못 가더라도 이 글만은 반드시 출판되어 북조선 사람들이 김일성 부자의 잔인한 독재체제에서 얼마나 많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얼어 죽고, 맞아 죽고, 신음하며 살고 있으며,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는 사실상 유언이 된 마지막 말씀을 남겼다.
선생의 세 자녀는 이 원고를 담보로 받은 선인세로 2001년 한국에 입국했다. 선생의 원고는 2002년 일본에서 ‘탈북자’(만성사)라는 제목으로 먼저 출간됐다. 일본 유명작가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2005년 노마문예상과 마이니치문화예술상을 받은 그의 장편소설 ‘반도에서 나가라’가 한원채의 이 수기집이 강력한 동기로 작용했다고 고백했다. 2019년 한국에서 ‘노예공화국 북조선 탈출’(행복에너지)로, 그리고 집필 20년 만인 올해 초 영어로 번역돼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한원채인권상은 문재인정부의 탈북 청년 강제 북송에 항의해 목숨을 건 단식을 해온 김태희 탈북민연대 대표를 비롯해 정창옥 긍정의힘 단장, 성현모 목사 등이 본상을 수상했다. 저명 인사에게 주어지는 특별상 부문엔 탈북인 지성호 국회의원에 이어 이번엔 박 전 대통령 이외에 박선영 (사)물망초 이사장과 신미녀 (사)새조위 상임대표에게 영광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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