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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8개월을 끌어 온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이 박근혜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선언으로 마무리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협정은 양국의 국회 인준을 거쳐 내년쯤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국회의사당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난 2005년 7월 시작돼 무려 8년 8개월을 끌어 온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이 박근혜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선언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협상은 우리나라와 맺은 12개국과의 FTA협상 중 가장 오랜 기간 진행됐다. 지난 2008년 캐나다산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서 협상이 중단 됐기 때문이다. 이에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여느 때와 달리 더욱 높았다.
한·캐나나 FTA 협정으로 양국은 10년 안에 대다수 품목의 관세를 매년 균등 인하할 방침이다. 품목 수 기준으로 양국은 전체 품목의 97.5%에 대한 관세를 없애는 한편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은 98.7%, 캐나다는 98.4% 등의 관세를 각각 철폐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캐나다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 국가지만 우리나라와의 교역 규모는 25위에 불과하다. 그만큼 교역을 확대할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협정에 대한 정부의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캐 FTA, “축산물 내주고 자동차 얻었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관세청 ⓒ스카이데일리
이번에 마무리된 ‘한국-캐나다 FTA’ 협상 결과는 한 마디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형태를 띠었다. 다시말해 우리의 살(쇠고기)을 내주는 대신 우리의 뼈(자동차)를 심어 캐나다 내 기존 자동차 시장을 우리가 끊어내 취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캐나다는 현재 6.1%인 승용차 수입 관세를 협정 발효 시점부터 낮추기 시작해 24개월 내 완전 철폐하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의 관세도 대부분 3년 내에 없앤다.
한국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관세를 점진적으로 낮추면서 역시 최종적으로는 없앤다. 소고기의 경우는 15년 뒤인 2030년 완전 철폐하는 일정이다. 다만 쌀, 분유, 치즈, 감귤, 인삼 등 211개 품목은 관세 폐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수입 문턱을 낮추고 캐나다는 자동차, 가전제품의 관세 장벽을 허물어 내주기로 해 이번 협상 품목의 핵심은 단연 자동차와 축산물로 압축되고 있다.
캐나다 시장은 미국, 사우디, 러시아, 호주 등과 함께 한국의 5대 자동차 수출시장이다. 또 지난해 한국의 캐나다 수출품목 중 자동차의 비중과 금액은 각각 42.8%, 22억2700만달러(한화 약 2조3789억원)에 달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캐나다 자동차 시장은 성장이 엿보이는 탐나는 시장인 셈이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관세청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캐나다는 최근 FTA를 체결한 호주와 더불어 대표적인 축산 강국으로 꼽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축산품목의 해외 수출에 지속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처럼 양쪽의 수혜가 확실시되는 이유로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해 양국의 정부가 한 발짝 씩 물러남에 따라 이번 FTA에 거는 기대감은 여느 때와 달리 높은 상황이다.
FTA 체결 후 자동차 업계 웃고 축산업계 울상
이번 FTA 체결에 따라 자동차업계와 축산업계는 정 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관세 철폐로 캐나다 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는 자동차 업계는 활짝 웃은 반면 값 싼 캐나다산 육가공품의 난입을 우려하는 축산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업계는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캐나다 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는 다소 들뜬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캐나다 시장 점유율은 12%로, 미국과 일본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하지만 FTA가 발효되면 6.1%의 관세가 2년 내에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관세청 ⓒ스카이데일리
이 관계자는 “FTA 발효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을 바탕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와 타이어, 부품업체들이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며 “한-캐나다 FTA에 따른 관세 인하폭 이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값 싼 캐나다 축산물의 유입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축산업계는 한-호주 FTA에 이어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FTA 체결로 한국은 소고기 15년, 돼지고기는 삼겹살 13년에 나머지 부위는 3년 이내에 각각 관세를 철폐해 적어도 2030년이 되면 캐나다산 육가공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질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캐나다산 축산품목에는 약 40%에 달하는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축산업계가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며 “하지만 단계적이 더라도 세금이 점차 사라지면 축산업계의 고충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축산업계 피해 적을 듯”, FTA체결 대부분 ‘긍정적 평가’
▲ 한국-캐나다 FTA협상 타결로 자동차와 축산물 업계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FTA 협상에 대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사진은 FTA협상 체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우)과 스티븐 하퍼(좌) 총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FTA협상으로 업계 간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FTA 협상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미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업계의 긍정적인 부분과 더불어 우리 정부가 한 발짝 물러 선 축산업계의 피해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 주장에 따르면 쇠고기의 경우 이번 한-캐 FTA 협상을 늦춘 주요 요인이었던 광우병 등으로 인해 우리시장에서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우리 시장에서 수입산 쇠고기 가운데 캐나다산의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더욱이 관세가 앞으로 15년 동안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캐나다산 돼지고기의 경우는 미국산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이 많이 될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양돈농가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국가 경제에서 대외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시장을 개방해 국가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시장을 얻고 우리 시장을 내주는 FTA체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수출이 잘되면 다 잘산다는 믿음이 있지만 최근에는 수출기업이 잘 나가도 그 효과가 다른 분야로 파급되는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며 “이번 FTA 결과에 대해 대부분이 긍정적인 의견을 비추는 만큼 수혜 업체들은 국가 경제 기여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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