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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다소 낮아진 듯 보이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팍팍하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4.8% 오르며 전체 상승률을 끌어올렸고, 돼지고기는 9.4%, 소고기는 6.6% 상승했다. 채소류는 파프리카 52.1%, 배추 51.6%, 시금치 50.7%, 토마토 35.9%까지 치솟았다. 무엇보다 주식인 쌀 가격이 11% 넘게 올라 20㎏ 한 포대 가격이 6만 원을 돌파했다. “쌀값이 오르는 게 말이 되냐”는 불만은 이제 일상의 푸념이 됐다.
시흥에 사는 김사랑(가명·65) 씨는 최근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2근에 4만 원, 소고기 2근에 8만 원을 지불했다. 그는 “이게 물가 급등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30년째 정육점을 운영 중인 박태준(가명·60) 씨도 “물가가 올랐다 올랐다 해도 이번처럼 몸으로 체감하는 건 처음”이라며 “단골 손님들조차 발길을 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물가가 오르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 됐고, 국제 곡물·사료·에너지 가격 상승도 원가 부담을 키웠다. 원화 약세로 수입 단가가 높아진 점 역시 물가를 자극했다. 특히 쌀의 경우 정부의 공급 격리 정책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정육점이나 식자재 상인들은 원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가격을 올리자니 고객 이탈이 걱정되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수십 년째 장사를 해 온 상인들조차 “이번처럼 장사가 어렵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한다.
가계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에 머물고 있지만 식료품값과 외식비처럼 생활과 직결된 항목은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평균 수치와 체감 물가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서민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특히 고정 소득에 의존하는 노년층이나 저소득층의 타격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기후 리스크와 국제 원자재 가격 불안, 에너지·공공요금 부담이 이어지는 한 물가 상승 압력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저물가 시대가 돌아오긴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실에 맞는 정밀한 대책이다. 통계 지표만 보며 ‘안정세’를 말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에 주목해야 한다. 농축수산물 수급을 안정시키고 쌀과 같은 필수 식재료의 가격 급등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소상공인이 원가 부담을 견딜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농업 정책과 공급망 관리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물가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 그 자체다. 돼지고기 몇 근 앞에서 망설이는 소비자와 쌀값이 올랐다며 한숨짓는 주부의 목소리는 그 어떤 지표보다 더 무겁다. 정책 당국은 바로 이 현장의 절규를 물가 관리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가 더 이상 서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도록 정부의 물가 대책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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