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특히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이어서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이 특단의 조치라는 점을 감지케 한다.
금통위는 조만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무려 5%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을 금리인상을 통해 선제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 금통위는 26일 오전 이창용 총재가 처음 의장으로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75%로 0.25%p 올리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2월 발표) 3.1%에서 4.5%로 대폭 올려 잡은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내려 잡았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이다. 그간 금통위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재확산 국면 중 통화정책을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뒤 8월과 11월, 올 1월, 4월, 5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p 올렸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장 큰 배경은 ‘물가 안정’이었다. 금통위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때문에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변화율)은 4.8%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석유류 및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확대, 개인서비스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았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기대인플레이션율)도 3.3%에 이르렀다. 전월보다 0.2%p 오르며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3%대 초반으로 상승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월 전망치(3.0%)보다 낮은 2%대 후반을 예상했다.
또한 대외 경제 여건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조치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빅스텝)하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고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 방역조치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써 한국(1.75%)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1.00%p로 다시 벌어졌다. 하지만 연준이 앞으로 몇 차례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이 차이가 더 좁혀지거나 역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해외자금 유출, 원화 가치 절하, 수입 물가 상승 등의 가능성이 커진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와 관련해 이 총재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자본유출이 대규모로 일어나거나 환율이 어떻게 되는가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재 우리의 상황을 볼 때 감내할만 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일반적으로 미국에 비해 (한국) 금리가 높은 게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조정 필요성을 보면 역전되지 말란 법은 없다”며 “미국이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것은 당연하고 미국이 빅스텝을 두 번쯤 하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관해서는 “물가 상방 위험이 있고, 경기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2.7%라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다”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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