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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증가, 코로나19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과 함께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문화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위 ‘무지개 다리’로 표현되는 내 가족의 마지막을 대하는 문화는 어디까지 와있을까.
차츰 성장하는 반려동물 장례문화 “비용 전혀 아깝지 않았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638만 가구에서 반려동물 860만 마리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반려동물 종인 개‧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20년임을 감안하면, 한 해 약 5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1300~1400마리의 반려동물이 세상을 뜬다는 얘기다. 이는 반려인과의 마지막 이별을 뜻하기도 한다.
개체수 자체가 늘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소위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이들의 장례를 대하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직장을 다니며 반려동물로 개를 키워온 한모 씨(36)는 몇 달 전 이별의 순간을 맞았다. 만만찮은 비용이 들었지만 한 씨에게 비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한씨는 “40만~50만원 정도의 장례비용이 들었는데 이 친구는 내 가족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면서 “그동안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마지막을 잘 마무리해 좋은 곳에 가서 나중에 만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례를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시영 한국반려동물협회 대표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2020년 한 조사에서 반려동물 장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15%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등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반려동물 장례식장·센터도 과거 대비 늘어나면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과거 생소했던 반려동물 장례 정보에 관한 접근성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동물장묘업에 등록된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은 경기 광주, 충남 천안에 장례식장과 서울에 장례 등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장례 과정, 관련 상담, 장례 비용까지 상세히 안내해 고객의 불안을 덜고자 했다.
21그램 관계자는 “서울 안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내 반려동물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경황이 없을 때 도심에서도 빠르게 케어를 해드릴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헬프센터”라며 “홈페이지에 비용 등을 자세히 기재하고, SNS 활동이나 서울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반려동물 장례문화를 알리는 등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21그램은 편의점 GS25 매장에서 반려동물 장례 상담 접수를 받아 장례 절차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GS리테일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러한 반려동물 장례문화 확산은 몇 차례 개정된 법과 제도가 유발한 긍정적 산물이기도 하다.
2016년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된 반려동물 사체만큼은 폐기물로 취급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승인서 등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여전히 폐기물관리법 제2조는 동물의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분류하고 있으나,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사체를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과정 중에서도 특히 동물장묘업을 통한 화장 방식의 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2016년 20곳에 불과했던 전국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2017년 26곳, 2018년 33곳, 2019년 44곳, 2020년 59곳으로 늘어 현재 63곳까지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해 지자체 허가를 받은 공식 동물장묘업체를 고시·안내해오고 있다.
이어 농식품부는 올해 4월, 31년 만의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동물장묘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무허가·무등록 영업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였다. 이는 2023년 4월부터 시행된다.
여전히 갈 길 멀어, 법·제도 개선 통한 장례 접근성 높여야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과거 대비 장례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여전히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실제 장례로 이어지는 비중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한국동물장례협회가 추정한 한 해 장례 건수는 약 4만~5만건, 한 해 약 5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사망한다는 기준을 적용하면 10% 수준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비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20%대 장례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국내 반려동물 사회의 성장세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일본이 90% 이상 보편적으로 인정된 장례절차에 따라 반려동물 사후처리를 하고 있고, 미국 역시 지역마다 공동 장묘시설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장례문화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장례와 관련된 정보 역시 아직까지 보편화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애니멀피플이 지난해 12월 진행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반려인 중 장례업체를 이용한 비율은 27.4%에 불과했으며, 반려인들이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은 것은 ‘장례식장 등 정보 부재(33.3%)’였다.
업계에선 민법에서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것과, 폐기물관리법상 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망한 반려동물의 합법적 처리는 동물장묘업을 통한 화장, 동물병원을 통한 의료폐기물, 그리고 폐기물관리법상 일반쓰레기로 배출 등 3가지다. 동물 사체를 땅에 매장하는 경우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사유지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울러, 지역별 편차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려인구가 가장 밀집된 서울시에는 농식품부 허가를 받은 동물장묘업체(장례식장)가 없다. ‘장례’라는 이미지로 인한 혐오시설이라는 편견 때문인데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장례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정보의 접근성 문제 자체가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다.
2017년부터 공공 장묘시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지난해 서울형 동물장묘정책 수립에 대한 태스크포스(TF)팀까지 설립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경기권을 제외한 지방 도시에도 동물장묘업체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부산광역시에는 3개, 대구광역시에는 1개의 업체가 있으며, 제주시에선 단 한 곳도 찾아볼 수 없다.
최시영 한국반려동물협회 대표는 “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 분류에서 제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반려동물 장례문화의 확산과 함께 장례에 드는 과도한 시간과 비용 등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법률적 한계, 주민 민원 등으로 장례식장 설립에 많은 시간·비용이 드는 것이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제도 및 인식 개선 활동과 함께 이동식 화장서비스 등 새로운 방안들이 더 활성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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