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국제금융센터’ 비약적 발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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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암호화폐거래소 등 속속 입주… 국제금융 중심지 발돋움
거래소 상장 등 빠르고 투명화… 규제 많은 한국과 대조적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07 11:30:41

한국금융ICT융합학회는 지난달 17~19일 두바이의 더팜 아틀란티스 호텔에서 열린 세계블록체인서밋(WBS)에 참가했다. 컨퍼런스에는 1000여 명의 세계 각국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문가가 참가해 웹3 탈중앙화금융(Defi)·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Metaverse)·돈 버는 게임(P2E) 등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해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이슈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등 블록체인 암호화폐산업의 열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주식·채권·통화 등 다른 자산가격과 더불어 암호화폐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블록체인 암호화폐산업이 다소 침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WBS는 다시금 새로운 이슈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메타큐브랩이 참가해 초당거래속도(TPS) 12900으로 빠르며 보안성이 강하고 양자내성이 강화된 새로운 메인넷인 큐브체인을 소개하고 큐브체인을 이용한 NFT와 메타버스도 선보였다.

관광객에게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칼리파(828m), 바다를 메워 팜나무 가지 모양으로 건설한 도시 주메이라 팜 등 볼거리도 많지만 금융전문가들에게 눈에 띄는 곳은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다. DIFC는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MEASA)의 금융중심지를 목표로 2004년에 ‘자유구역(free zone)’으로 문을 열었다. 두바이 중심 110ha(약 33만3000평, 여의도면적의 약 3분의 1 정도)로 DIFC에 대해 배타적 독립성을 지닌 두바이금융당국(DFSA)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이다. DFSA는 두바이나 아랍에미레이트(UAE) 연방정부의 법률제도와는 독립된 사법제도인 두바이법원을 통해 관습법을 따르고 영어로 운영된다. 이것만으로도 회교 국가이자 아랍어를 사용하고 있는 두바이가 국제금융센터를 육성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DFSA로부터 핀테크회사 인가를 받으면 전 세계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외국인도 내국의 지분 없이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고 50년간 법인소득과 이익에 대해 면세가 적용된다. 핀테크이노베인션허브·핀테크하이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이노베인션허브에는 DFSA로부터 핀테크인가를 받은 누구나 월 80만 원 정도면 4명이 일할 수 있는 공동 작업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 후 기업 규모가 커지면 핀테크하이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4031개 기업에서 2만9700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0여 개의 금융회사에는 2만2000여 명이 활동하며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2017년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5%로 결정한 조치에 부응해 2023년 6월부터 기존에는 석유가스기업과 외국은행 지점 외에는 거의 없는 법인세를 부과하기로 올 1월31일 결정했지만 자유구역 기업에는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금융회사 핀테크회사·암호화폐화사·암호화폐거래소 등이 속속 입주하면서 오늘날 명실공히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의 국제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규제가 많은 국가의 관련 회사들이 속속 진입하며 날로 발전하며 오일머니 중동의 국제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한다. 암호화폐거래소도 40여 개나 된다.

학회에서 방문했던 두바이 한 암호화폐거래소의 상장기준을 보면 너무도 투명하고 신속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장하는 데는 패키지에 따라 5만 달러에서 15만 달러까지 4개 범주로 나누어 상장피를 받도록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패키지에 따른 거래소의 의무 사항이 열거된 상장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있다. 상장가이드라인이 불투명한 한국과 너무 대조적이다.

신청 후 최대 1개월 내 상장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신청 후 도무지 언제 결정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한국과는 천양지차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5대 거래소 독점체제인 탓에 이런 투명한 기준은 고사하고 상장신청 1년이 되어도 회신조차 없다는 것이 한국거래소 실정이라고 하니 너무 대조적이다. DIFC를 잠깐 둘러보았는데도 한국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함을 알 수 있다.

DIFC가 발족할 무렵 한국도 2003년 동아시아금융중심지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고, 서울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빌딩 세 동을 지었지만 금융 회사들보다는 비금융 회사들이 더 많이 입주하고 있고 외국 금융회사들이 떠나고 있는 초라한 실정이 한국이다. 게댜가 온갖 규제가 겹겹이 짓누르고 높은 법인세에다 강성노조 등으로 금융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규제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도대체 고임금·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키자는 것인지 어디로 가자는 것인지 한숨만 나오는 우리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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