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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산업·통상 전략’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063억 달러(약 125조 원)에서 연평균 29.5%씩 성장해 2026년 6394억 달러(약 7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계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해 1월 발표한 ‘디지털 헬스 산업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9000억 원에서 2019년 6조4257억 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여론도 호의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지난해 6월3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0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81.9%가 디지털 헬스케어가 개인 건강 상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는 의견은 1.6%에 불과했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일반 국민은 의료 산업 발전을 위해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 공유와 활용이 중요하다고 인식했으며, 데이터 제공 의향도 높았다.
향후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일반 국민의 86.8%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수요가 ‘현재보다 증가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장점으로 ‘고령자·만성질환자 주기적인 관리’(32.2%)를 꼽았으며, 뒤이어 ‘개인 맞춤형 의료 가능’(28.2%), ‘시공간의 제약 없는 측정·진료 가능’(23.4%), ‘질병의 사전 예방’(16.2%) 순이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전인용 연구원이 올 10월 발표한 ‘테크 기업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테크 기업들은 기존에 가진 디지털 서비스와 빅데이터 등 IT 분야에서 강점을 활용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자사의 웨어러블 기기·데이터 처리기술 등을 활용해 건강관리·예방의료 등의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헬스케어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최근 테크 기업들은 헬스케어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선정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 중”이라며 “최근 10년간 테크 기업들의 헬스케어 관련 특허 출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애플,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3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의료영상으로 증상 진단·판독
국내에서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의료 스타트업들 역시 그들만의 원천기술과 제품경쟁력의 수준도 상당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AI 의료기기는 110여 개 수준이다. 주로 컴퓨터 단층촬영(CT), X선(엑스레이) 등 촬영물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후 AI를 통해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다.
의료 AI 진단 솔루션 업체인 ‘뷰노’는 해외 진출의 첫 단추로 현지 인증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뷰노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 이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 최초 인증을 획득했다. 뷰노는 AI 기반 안저(眼底, 안구 속 뒷부분) 판독 솔루션인 ‘뷰노메드 펀더스 AI’로 9월29일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다.
뷰노메드 펀더스 AI는 한 번의 안저 검사로 출혈·경성삼출물·면화반·드루젠·망막전막·황반원공·유수신경섬유·맥락망막위축·혈관이상·망막신경섬유층결손·녹내장성시신경유두이상·비녹내장성시신경유두이상 등 12가지 이상의 증상을 판독할 수 있다. 높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아 ‘국내 1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AI 의료 전문기업 ‘제이엘케이’는 올 6월 일본 최대 원격영상진단업체 닥터넷과 AI 기반 폐질환 솔루션 ‘메디허브(MEDIHUB) CXR’ 독점판매 계약을 맺었다. 메디허브 CXR은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16개 폐질환 병변을 분석한다. 지난해 말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제품을 승인 받았다.
AI 기반 암 진단 전문 기업인 ‘딥바이오’는 AI 헬스케어 분야의 해외 유명 병리학 전문가와 정밀의학 전문가를 영입하며 헬스케어 전문성 강화 및 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AI 기반의 유전자변이 해석 영역에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으로 희귀질환 진단에 초점을 맞췄으며, 유전 변이의 병원성 여부 판별에 AI를 활용한다.
비대면 진료부터 맞춤형 의료기기까지
의료 산업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비대면 진료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진료·처방·조제 통합형 앱 서비스가 가히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한시적 허용인 만큼 지속성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음에도 윤석열정부의 제도화 흐름과 맞물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닥터나우는 국내 원격의료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전국 2500여 곳의 병·의원 및 약국과 서비스 제휴를 맺었다. 이용자는 20개 진료 과목 중 자신의 증상에 맞는 병원을 선택할 수 있으며, 늦은 밤이나 공휴일 등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메듭(MEDB)’도 원격진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듭은 환자를 이용자 위치 주변의 동네 병원·약국과 연계하는 서비스다. 최근 헬스케어 스타트업 ‘부스터즈 컴퍼니’를 인수하고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휴마트컴퍼니’는 멘탈케어 플랫폼 ‘트로스트’로 실시간 채팅 등 다양한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심리상담, 셀프케어, 명상 및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사운드, 심리테스트, 마음챙김(mindfulness) AI 챗봇, 정신건강의학과 및 약물 비교 검색 등 다양한 유·무료 솔루션을 앱 하나로 일상에서 쉽게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또한 혁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9월 정밀의료기업 ‘바이오이즈’는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압타싸인 클라우드(AptaSign Cloud)를 개발했다. 인터넷으로 연결돼 국내외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압타싸인을 통해 분석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NGS) 데이터를 업로드해 질병 진단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바이오이즈는 체외진단 다중지표 검사키트인 ‘압타싸인’(AptaSign)과 질병 진단 프로그램인 ‘압타디엑스’(AptaDx)를 개발했다. 압타디엑스를 이용하면 폐암·유방암·흑색종·간암·위암·대장암·전리선·암·자궁경부암 등 8개의 암과 루게릭병을 진단할 수 있다.
‘시안솔루션’은 의료영상기반 환자 의료기기 설계 소프트웨어인 리콘이지(Reconeasy)를 통해 맞춤형 의료기기를 3차원(D) 프린팅으로 설계·제작한다. 핵심기술은 의료영상에 기반해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의료기기 제조 하드웨어다. 2등급 의료기기 품목으로 허가된 ‘개인 맞춤형 견관절 수술가이던스’는 올 7월 건국대병원의 어깨 인공관절 수술 현장에 처음 사용됐다.
서안나 시안솔루션 대표는 “기존에는 맞춤형 의료기기 시장에 국산 3D 모델링 원천 기술이 없어서 외산 3D 모델링과 설계 소프트웨어에 의존해 왔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리콘이지가 외산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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