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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의 히트작 ‘두루누비 평화의 길 고성A 코스’를 걸었다. 2018년 시작된 평화의 길은 코로나,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여파로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었다. 2022년 다시 재개되기는 했지만 운영 기간이 불과 53일밖에 되지 않았다.
올 초 문화체육부는 4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혹서기를 제외하고 이전 코스 그대로 DMZ 평화의 길을 다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소식을 듣고 두루누비 홈페이지를 찾았을 때는 애초의 발표와 달리 고성 코스가 대폭 축소된 상태였다. 적쟎이 고민했지만 결국 신청서를 접수했다.
외국인이 꼭 가보고 싶은 한국 여행지 1위
‘평화의 길’이 민간에 개방된 것은 정전 협정 65년 만인 2018년의 일이다.
‘DMZ 평화의 길’은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의 생태, 문화, 역사자원을 눈으로 확인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어 ‘외국인이 꼭 가보고 싶은 한국 여행지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강화, 김포, 고양,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10개 접경 지역 가운데 동부 전선인 고성 코스는 남방 한계선 너머 금강산 전망대까지 접근이 가능하므로 그 인기가 타지역을 압도했다.
고성A 코스 정규 루트는 고성 통일전망대 → 해안 전망대 → 통전터널 → 남방한계선 → 송도전망대 → 금강통문 → (도보구간, 2.7km) → 금강산 전망대로 이어지며, 고성B 코스는 차량을 이용해 통일 전망대에서 금강산 전망대까지 이동하게 된다.
717 OP의 새 이름 ‘금강산 전망대’
특히 금강산 전망대(717 관측소)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2㎞ 더 들어간 지점에 있어 금강산 구선봉과 옥녀봉을 근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등록문화재인 고성GP와 북한이 운영하는 북한 전망대(351고지)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351 고지는 한국전쟁 때 북한과 남한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32번이나 주인이 바뀐 곳이다. 이곳에서 희생된 목숨만 2만 명이 넘는다. 원래는 356m 지점에 있어 ‘356 고지’였으나 어찌나 포격전이 극렬했는지 산정이 5m나 깎여 351고지가 되었다.
그러나 금강산전망대에 올라 고성GP, 351고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말겠다는 나의 계획은 여지없이 틀어졌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군부대 측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노선 수정을 통보해온 것이다.
결국 고성B 코스 투어는 전면 백지화됐으며, 고성A 코스는 남방한계선까지만 이동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아쉬운 마음을 억누르며 반 쪽만이라도 걸어보자며 7번 국도로 차를 달렸다.
출입신고서 작성, 군부대 검문 통과
평화의 길은 그 이름이 지닌 무게만큼이나 출발부터 녹록하지 않다. 통일안보공원에서 출입 신고를 마친 뒤 제진검문소에서 군부대 확인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고성통일전망대 출입이 허락된다. 일련의 과정을 다 밟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여유 있게 길을 나서는 게 좋다.
그동안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 최북단 지대는 고성통일전망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DMZ 평화의 길’ 출구를 통해 해안을 따라 비무장지대를 걷는게 가능해졌다. 고성통일전망대로부터 1612m나 더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만도 사실 대단하다.
DMZ에서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지만 ‘DMZ 평화의 길’ 해안전망대에서는 예외적으로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이날 탐방객들은 또 언제 다시 와보겠냐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두 장씩 사진을 남겼다.
평화의 길 트래킹에는 군인 2명과 해설사 2명이 동반한다. 해설사는 출발 전 절대 철책을 건드리지 말 것을 신신당부한다. 과거에는 군인이 24시간 보초를 섰지만 요즘에는 센서가 대신 보초를 선다. 철책을 건드리는 즉시 군병력이 출동하면서 투어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길은 있지만 갈 수 없다! 동해북부선, 금강산육로
해안전망대를 지나면 통진터널을 관통하는 동해북부선 철길을 만나게 된다. 동해북부선은 양양에서 원산에 이르는 192㎞ 거리를 한 줄로 잇는 철도다. 6·25전쟁 때 파손된 것을 남북이 협의해 2007년 제진역에서 북한 금강산 청년역까지 25.5㎞를 복원해 시험 운행했다.
동해북부선 복구사업은 한반도를 넘어 유럽까지 기차로 내달릴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안겨 주었지만 이듬해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철길 옆으로 7번 국도의 연장인 ‘금강산 육로’가 나란하다. 한때 저 도로를 따라 20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금강산 유람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길은 한적하고 쓸쓸하다.
파도는 무심하게 철썩이는데 무엇에 압도된 것일까. 바짝 엎드린 해당화가 조심조심 붉은빛을 토해낸다. 탐방객들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남한 최북단 교량인 송현1교, 송현 2교를 지난다. 다리 밑으로 전차의 진입을 막는 육중한 철문이 내려져 있다. 큰비가 내릴 때만 홍수에 대비해 문을 개방한다고 한다.
마음으로 그려보는 북방한계선
평화의 길 탐방은 통일전망대로부터 1612m 더 들어간 ‘남방한계선’에서 끝이 났다. 바로 앞 ‘송도전망대’까지만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단다. 동해로 비죽이 튀어나온 해금강도, 말머리 반도도, 바다 위에 점점이 뿌려진 섬도 잡힐 듯 했지만 갈 수 없었다.
금강산 가장 동쪽 봉우리 구선봉(낙타봉) 기슭에 있다는 북방한계선과 그 아래 선녀와 나뭇꾼의 전설이 깃든 호수 ‘감호’는 상상으로만 그려볼 뿐이다.
고성A 코스는 회차별 정원이 20명이다. 화, 수, 금, 토, 일에만 하루 2회(오전 10시, 오후 2시) 운영한다. 참가비는 1만 원이지만 투어가 끝난 후 기념품을 증정하므로 돈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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