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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억류된 탈북민 2000여 명이 북한에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인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북한과 접한 국경이 개방되고,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이 억류하던 탈북인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모든 탈북인을 전원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중국의 구금 시설에 수감된 탈북인이 2000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이 조만간 대거 북송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만일 탈북인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다면 이들 앞에 놓일 운명은 충분히 짐작된다.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져 모진 고문과 가혹한 처벌을 받는 등 비참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중 억류 탈북민 강제 송환 반대’ 세미나에서 “중국 내 탈북민이 국제 기준에 따른 인권을 보장받고 한국 등 본인이 희망하는 국가로 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탈북인은 누구든 수용할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또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재중 탈북인의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는 중국 내 탈북인 강제 송환을 비롯한 북한인권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해왔다. 일례로 올해 4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규탄과 개선 촉구를 내용으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2003년 이후 21년 연속 채택된 것이다. 이 결의안에는 북한 내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침해‧강제노동을 비롯해 납치와 강제송환 등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중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일원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가 부여하는 역할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 탈북인은 북한의 정치‧경제‧사회 체제로부터 벗어나고자 망명길에 오른 난민이다. 일반 불법 체류자와는 구분해서 대우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나선 그들의 생명과 인권은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이 강제송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제 규범에는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종교‧국적 혹은 특정의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인 것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에 처할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 또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농르풀망(Non-refoulement) 원칙’이 있다. 자국에 송환되어 박해‧처벌 등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난민을 추방‧송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우리 헌법도 난민법 제3조 ‘강제송환의 금지’ 조항에서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 및 난민 신청자는 난민협약 제33조 및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3조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2019년 폭발했던 홍콩 민주화 시위도 ‘범죄인 인도 법안’을 앞세워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탄압을 목적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가능성에 반발해 들고 일어났던 사건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최고 수준’의 인권 상황이 요구된다. 이사국에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이사국 자격이 박탈되기도 한다.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세계 시선이 쏠리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이 인권문제로 이사국에서 탈락하는 걸 분명 원치 않을 것이다. 지금이 우리 정부가 국제 여론을 조성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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