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앞둔 선심성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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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식 양도세 완화 등 20여 건 ‘깜짝 발표’
60조 원 안팎 세수 부족·국가부채 급증 우려
미래세대 부담… ‘GDP 3%’ 재정준칙 상한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24 00:02:02

국가재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나라 곳간의 사정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정부가 잇따라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년 나라 살림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 상한을 지키지 못하면 윤석열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해서 강조해 온 건전재정 원칙은 무색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1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20여 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이라는 취지에도 임시·일시적 성격의 행사에서 ‘깜짝 발표’돼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작지 않다.

발표된 정책의 소요 재원은 이미 구체적으로 추산된 것만 10조 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아직 세수 감소 규모가 추산되지 않은 항목을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발표된 대책의 절반 이상은 향후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내년 시행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내년에 세수가 8000억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조치가 1년 더 연장된 데 따른 세수 감소는 1조5000억 원이다. 임투는 기업의 투자 증가분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데 따라 세수는 2000억∼3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행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완화·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 및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율 상향 등도 내년 세수를 줄이는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상속세 완화’까지 고려하면 세수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한국자산관리공사 자본금 상향 조정·지방연구원 설립 요건 완화·투표참관인 등의 수당 인상을 비롯해 행정 분야 법안 등 지난해 재정 지출이 필요한 법 등이 잇따라 통과됐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선 올해부터 5년간 100조 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재정 소요 법률 154건 가운데 계량화가 가능한 110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 법 통과로 향후 5년간 92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잖아도 세수 부족으로 올해 이대로라면 자칫 60조 원 안팎이 ‘펑크’ 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급증하고 있다. 2009년에 348조 원이던 중앙정부 채무가 10년 만인 2019년에 699조 원으로 2배가 됐다. 300조 원이 증가하는 데 10년 걸렸다. 그러나 2022년에 1029조 원이 됐으니 다시 300조 원이 증가하는 데는 3년이 소요된 셈이다.

우리의 국가부채 증가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40%를 조금 넘었던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25년에는 64.96%로 10년 만에 24%p 넘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여야 모두에서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빚부터 내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는 재정을 크게 축낼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나랏빚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잠시 위임받은 ‘권력’을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채무를 GDP 대비 5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어 재정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하길 촉구한다. 진정한 정치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미래에 대비하는 일이어야 함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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