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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시장 교란 우려되는 ‘홀드백’ 의무화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29 06:31:1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문화관광부는 모태펀드를 조성하면서 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30억 원 이상 투자한 작품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홀드백 기간을 둘 것이라고 공고했다. ‘홀드백(holdback)’ 기간이란 특정 작품의 다른 분야에 대한 판권 판매를 유예하는 기간이다. 곧바로 넘어간다면 관객이 영화관에 가지 않고 OTT나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것을 보면 되기 때문에 영화관 관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조치다.
 
하지만 몇 달을 묶어 두면 흥행 가치가 떨어지고 관객의 관심에서 사라질 수 있다. 제작비 회수가 급하거나 상품 가치가 높을 경우  판권을 넘길 필요가 있는 업체들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시장은 기대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유리한 방향으로 이익을 쫒을 뿐이다. 먹이사슬의 구조를 바꾸겠다며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사슴을 보호하려다 사자까지 죽이는 꼴이 될 수 있다.
 
뜻이 좋아서 결과까지 좋으면 다행이지만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의 실패를 통해 경험했다. 정부는 한국영화 진흥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도입했다. 그중 가장 강력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국산 영화 의무상영제’, 일명 ‘스크린 쿼터제’다. 영화를 상영하는 모든 극장에 대해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한 스크린 쿼터제는 1967년부터 시행되었다. 1969년까지는 연간 90일·6편의 의무상영을 규정했다. 그러다가 1970년부터 1972년까지는 연간 30일·3편으로 규정이 완화되었다. 이는 영화계의 지속적인 반발과 로비에 의한 결과였다.
 
스크린쿼터제는 시행 당시부터 영화계의 외면을 받았다. 당시에는 외국영화의 인기가 한국영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고 영화사들은 외국영화 흥행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외국영화를 수입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것도 국내 영화사이고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국내 영화사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국내 영화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흥행성이 낮은 한국영화를 강제적으로 상영하라는 것은 흥행성 좋은 수입 영화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정부가 아무리 한국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라고 취지를 설명해도 현실적인 이익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고분고분 동의할 리 없었다. 그리고 시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았다. 틈만 나면 외국영화를 상영하고도 한국영화를 상영했다는 식의 눈속임이 난무했다. 그래도 영화업계에서는 모른 척했다. 외국영화로 흥행을 하는 공범 관계였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정부는 부족한 외환을 영화 수입에 사용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고, 한국영화 시장 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스크린쿼터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외국영화 수입 편수를 연간 40편으로 제한시켰고, 거기에 더해 국산영화 8편을 제작하면 외국영화 1편씩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할당 쿼터제를 시행했다. 수입쿼터제였다. 작품 제작 편수 비율에 따라 할당량을 정할 뿐만 아니라 대종상의 작품상·우수상·반공영화상 등의 부문 상을 받으면 보상으로 외국영화 수입권을 배정했다. 결과적으로 영화계에선 제작 편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가 판을 쳤다. 정해진 예산에 맞추어 졸속으로 만드는 날림 제작, 다른 영화사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자기가 만든 것처럼 위장하는 대명 제작, 외국 특히 홍콩과의 위장합작 등이 난무한 것이다.
 
스크린쿼터제 시행에도 한국영화의 수준은 개선되지 않았고, 정부의 부당한 시장개입이라는 비난만 높아졌다. 미국은 특히 우리의 스크린쿼터제 철폐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 더 이상 명분을 찾지 못한 정부는 1986년에 외국영화 수입자유화를 허용했고 이때부터 미국영화가 우리나라 배급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인을 세워 배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흥행성 높은 외국영화를 수입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 영화사들은 외국영화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스크린쿼터제를 활용했다. 날짜를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단을 만들어 극장들에 대한 감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계에 좌파 세력이 공식적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영화 의무상영 기간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는 146일의 날짜를 적용했다가 2006년부터 절반인 연간 73일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한국영화가 흥행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2006년에 의무상영일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자 좌파 단체들은 미국영화가 한국영화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선동하면서 반미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지만 설득력은 없었다. 오히려 스크린쿼터제 축소 이후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의 잇단 수상이나 OTT 시장에서의 압도가 그것을 방증하고 있다.
 
홀드백 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업계의 자율 기능에 맡겨 두라. 자칫 외양간 고치겠다고 개입했다가 소를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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