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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잘못해도 구금되거나 실종되고 심지어 사형이 집행되는 북한 사회. 북한에는 여전히 인권 개념이 발붙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북한인권박물관에서 31일까지 기획전시 ‘낯선 말: 표현의 그림자(The Echo Never Stops)’를 진행한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2023 북한인권 증진활동 지원사업으로 지난해 11월 개관과 동시에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인쇄물과 오디오 및 물품 자료가 전시돼 있으며 미술작가 김영섭·선무의 창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죽는다
첫째 챕터의 주제는 ‘통제와 세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는 사회’다. 북한은 김씨 일가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이 원칙은 북한 조선로동당의 강령으로 형식적 법치주의 국가인 북한의 실정상 헌법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보다도 우선하는 최상위 규범이자 초헌법적 원칙이다.
제1강령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기 위해 몸 바쳐 투쟁해야 한다’이다. 그밖에 두 사람을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며 권위를 절대화하고 결사옹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한에서 언어는 사상혁명의 도구로 정의되기에 당국은 주민의 말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정권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말을 할 경우 ‘말 반동’으로 간주하여 가혹하게 처벌한다.
그들은 그 근거를 5-1강령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 당의 로선과 방침, 지시를 곧 법으로, 지상의 명령으로 여기고 사소한 리유와 구실도 없이 무한한 헌신성과 회생성을 발휘하여 무조건 철저히 관철하여야 한다’와 7강령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를 따라배워 고상한 정신도덕적풍모와 혁명적사업방법, 인민적사업작품을 지녀야 한다’에서 찾는다.
이 챕터는 강철환 외 4명의 증언과 이시마루 지루(아시아경제)의 기증품·NKDB의 자료를 바탕으로 꾸몄다.
막을 수 없는 변화의 바람
둘째 장에서는 업악된 말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북한 정권은 당국이 허락하는 정보 이외의 모든 외부 정보를 철옹성 같은 시스템으로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적발 시 연좌제와 사형에 이르기까지 처벌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주민들의 언어와 생활방식은 북한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연달아 내놓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이 이를 증명한다.
전시물들은 북한 당국의 통제와 강력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 사회에서는 ‘세상 밖으로 말을 건네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조명한다. NKDB 외 이민복·김승철 및 익명이 기증한 자료가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15일 개관한 북한인권박물관은 북한 인권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특별한 박물관으로 NKDB가 1990년대 후반부터 수집해 온 14만여 건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윤여상 소장은 “지난 2020년 온라인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을 합친 복합문화공간) 형태로 출발한 북한인권박물관이 유형의 공간으로 확장됐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시의성 있는 전시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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