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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이 급증하는 부실여신만큼 충당금을 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가 넘었던 부실여신 대비 충당금 비중은 현재 55%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경·매각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부동산금융 부실 등에 따라 충당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하향 등 내년 저축은행업 전망도 밝지 않다.
30일 스카이데일리가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정기공시를 확인한 결과 9월 말 기준 대원저축은행을 제외한 저축은행 78곳 전체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평균 55.6%로 집계됐다. 1년 전 100.9%였던 것과 비교해 45%p 이상 하락했다. 저축은행들은 고정이하여신이 1년 새 6조8942억 원에서 10조9920억 원으로 4조 원 이상 불어날 때 대손충당금을 3500억 원 정도 늘리는 데 그쳤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흘러 회수하는 데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걸로 판단되는 부실채권을 뜻한다. 정상·요주의를 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을 합산해 계산한다.
중소형사인 남양저축은행(333.3%)이 유일하게 100%를 넘겼다. 나머지 77곳은 충당금 적립비율이 100% 미만이었다. 1년 전 저축은행 23곳이 100% 넘는 충당금 적립비율을 거둔 것과 상반된다. 적립비율이 50%를 밑돈 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6곳에서 36곳으로 약 6배 불어났다.
회사별로 보면 KB저축은행은 충당금 적립비율이 61.7%로 1년 전(126.9%)보다 65.3%p 악화했다. 충당금을 242억 원 늘렸음에도 부실채권이 1484억 원 급증한 탓이다. 부실채권이 급증한 대신저축은행도 충당금을 적게 늘리면서 적립비율이 106.8%에서 46.1%로 줄었다. 같은 이유로 신한저축은행은 130.1%에서 78.6%로 웰컴저축은행은 120.9%에서 73.7%로 OK저축은행은 118.1%에서 72.7%로 JT저축은행은 100.8%에서 59.6%로 적립비율이 각각 급락했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30%대인 곳도 적지 않았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35.4%)은 부실채권이 2573억 원임에도 충당금으로는 910억 원밖에 쌓지 않았다. 바로저축은행(37.2%)도 3110억 원 부실채권에 대해 충당금으로 고작 1156억 원을 쌓았다. 상상인저축은행(39.2%)도 부실채권이 4082억 원이었지만 충당금은 1602억 원에 그쳤다. 그밖에 인성(39.2%)·흥국(34.5%)·엠에스(38.7%)·안국(38.7%)·유니온(39.8%)·솔브레인(35.3%) 등 15곳이 30%대 적립비율을 기록했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급락한 것은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에 적극 나서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사업성 1차 평가 결과 정리･재구조화 대상(4조5000억 원) 중 이행을 완료한 비율은 16.7%에 불과했다. 금융업권 중 가장 낮고 금융업권 전체 평균(21.4%)을 크게 밑돈다. PF 정리에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저축은행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29.2%로 작년 말 대비 18.4%p 올라갔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100% 미만이라고 법령을 어긴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 감독규정상 부실채권에 대해 고정 20~30% 이상･회수의문 55~75% 이상･추정손실 100%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고정이하여신이 300억 원이라면 충당금 적립비율은 평균 65~68%다. 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이 적고 고정 여신이 많다면 비율은 이보다 낮을 수 있다.
업권 관계자는 “법으로 정해놓은 규정이라서 부실채권만큼 충당금을 안 쌓을 수는 없다. 과거에 법령 이상으로 쌓아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 충당금을 넉넉히 쌓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고 충당금을 쌓으면 손실이 늘어나 실적을 고려한 판단을 내렸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들리는 건전성이 이를 증명한다. 저축은행 전체 요주의 이하 부동산금융(PF 대출 및 건설·부동산) 규모는 13조6539억 원으로 자기자본(14조5532억 원)의 93.8% 수준으로 과중하다. 자기자본보다 요주의 이하 부동산금융이 큰 곳도 40곳으로 절반이 넘었다. 부동산 불황 등으로 정상이 요주의로 악화하고 요주의가 고정 이하로 악화하면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해 손익에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저축은행 산업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기평은 23일 바로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칼날도 날카롭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형태의 적기시정조치를 내렸다. 경영개선권고는 부실 금융사에 내리는 강제 조치 중 가장 약한 수위이지만 두 기관을 시작으로 추가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이 나올 수 있다.
이정현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 부담 지속 및 건전성 저하로 올해 부진한 실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부동산 PF 대출 만기가 집중돼 있는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재구조화 대상 사업장이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미흡한 사업장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부동산PF 관련 추가 손실인식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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