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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연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푼 마음으로 모처럼 해외 나들이에 나선 가족, 동료들이 탑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 179명 모두의 사연이 가슴 아프다.
가족을 차가운 주검으로나마 품에 안고 떠나는 유족들의 애끊는 오열과 절규는 무안국제공항을 뒤흔들었다. “내 새끼 어쩔까나”를 수 십번 외치며 오열한 할머니는 쓰러져 임시 쉼터에 옮겨진 뒤에도 손자들 손을 잡고 온몸을 벌벌 떨며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공항 대합실을 지킨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한 가족은 “평생 고생만 하다가 이제 형편이 나아져서 연말을 맞아 모처럼 놀러 간 건데…”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혹시나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어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잔혹한 바람으로 긴긴 시간을 버텼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무안국제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전남·광주 주민들이어서 지역민들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29일 구조 당국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 군남면에 거주하는 A(80)씨 일가족 9명이 무안공항에 착륙 중 폭발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81명 탑승자 중 최연장자다.
A씨와 자녀 등 4명은 전남 영광에 살고 있으며 나머지 친인척 등 5명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A씨 팔순 잔치를 위해 함께 태국 방콕 여행을 마치고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부모와 자녀, 손자 손녀까지 3대 일가족이 함께 희생됐다. 팔순 잔치가 돌연 장례식으로 변하는 슬픔을 겪었다.
이들을 마중을 나온 60대 남성은 무안공항에서 형수와 그의 딸 부부, 부부의 자녀까지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위, 손자 2명 등 일가족 5명이 함께 방콕을 다녀오면서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전남 화순에서는 과거 함께 근무한 공무원 3명과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자매 사이인 목포시 공무원 2명도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며느리들끼리 매년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올 정도로 화목했던 가족도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연말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났던 다양한 연령층의 승객이 탑승했다. 패키지여행이 주를 이루는 전세기의 특성상 가족여행을 다녀오던 가족 간의 참변이 유독 많았다.
탑승객 다수는 25일 오후 8시 50분 무안공항에서 방콕으로 출발해 29일 오전 돌아오는 3박 5일 일정의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연소는 2021년생 3세 남아였으며 최연장자는 팔순 잔치를 다녀온 영광 주민 A씨다. 연령별로는 50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39명), 40대(32명), 70대(24명), 30대(16명), 20대(10명), 10대(9명), 10세 미만(5명)이 뒤를 이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전국 각 지역에서 31일 예정됐던 해넘이·해맞이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참사에 따른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됐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 자치단체들은 참사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키로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일제히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은 한국 국민과 깊은 우정의 유대를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주일미사에서 삼종기도를 마친 뒤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슬퍼하는 한국의 많은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생존한 사람,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한 기도에 동참한다”며 애도를 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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