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최상위 포식자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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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5 06:30:43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동물 관련 영상을 즐겨 보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사자에 관한 내용을 보면 마지막이 거의 이렇게 끝난다. “수십만 마리였던 아프리카 사자의 개체 수는 계속 감소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겨우 2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멘트를 들으니 사자가 불쌍해진다. 사자라면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가? 게다가 사자는 단독 생활을 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협동하며 사는 똑똑한 동물이다. 남의 살을 먹지 못하는 날이 며칠 되면 생존할 수 없는 사자의 삶을 시청하다 보니 내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사자를 피해 달아나는 얼룩말 편이었고 얼룩말이 잡히면 안타깝고 불쌍했는데 지금은 먹잇감을 사냥해야 살 수 있는 사자, 특히 새끼를 데리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어미 사자가 안쓰러워 사자의 편을 들고 있다. 밀림의 왕으로 대접받는 사자의 삶이 이리도 힘들다니….

사자 무리는 대체로 한두 마리의 수사자와 열 마리 남짓의 암사자로 구성되어 있다. 수사자 한 마리로는 무리를 지키기 힘들기 때문에 두 마리가 연합하는 경우도 많다. 암사자들은 협동하여 사냥을 하고 공동으로 새끼들을 양육한다. 어떤 암컷의 자식이든 가리지 않고 함께 돌보고 젖을 먹이고 가르친다. 사이가 돈독한 엄마들 덕분에 새끼들은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서로 몸을 부비고 얼굴을 맞대고 장난을 치고 뛰어다니며 유아기부터 청소년기를 보낸다.

암컷들의 공동생활은 사냥과 전쟁에서의 끈끈한 유대를 위한 것으로 살아남기 위한 ‘향약’ 같은 것이다. 새끼들은 2살이면 다 자란다. 성체가 된 암컷은 무리에 남지만 수컷은 자신의 무리를 만들기 위해 떠나간다. 하지만 새끼들이 자라나는 2년 동안에 사자 무리는 많은 고난과 위협에 직면한다. 무리를 이루지 못한 젊은 수컷들의 도전이 그것이다.

두 마리 혹은 세 마리에 달하는 떠돌이 수컷들이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사자 무리의 수컷에게 도전한다. 우두머리 수컷이 그들을 물리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암컷과 새끼들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다. 새로운 수컷의 목적은 자기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새끼를 키우는 암컷들은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결국 새 우두머리는 기존 수컷의 유전자를 가진 새끼들을 몰살시킨다.

암컷들은 생사를 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리에 남아서 새끼가 죽는 것을 보고 새 수컷을 받아 줄 것인가, 아니면 시련을 각오하고 자식들을 데리고 정처 없이 떠날 것인가. 가끔 후자의 경우를 택하는 어미 사자들이 나타난다.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과 마사이마라에서 사자를 연구하는 동물학자들은 그 어미 사자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계속 추적 관찰한다. 다섯 혹은 세 마리의 자녀를 데리고 홀로 삶을 개척하는 암사자들의 삶은 고되다. 성체가 되면 초원을 호령할 사자이지만 아기 때는 다른 동물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어미는 혼자서 새끼를 보호하고 또 ‘나홀로 사냥’에 나서야 한다.

사냥에 겨우 성공해서 먹이를 가지고 돌아와 보면 새끼가 실종되거나 불구가 된 경우도 허다하다. 자식을 지키려 무리를 떠나 유랑하던 어미 사자가 떠돌이 수사자를 만나면 그나마 모든 게 허사다. 자신의 유전자를 암컷에게 안기려는 떠돌이 수컷에게 새끼가 희생당하고 만다. 속절없이 고생만 잔뜩 한 셈이다. 하지만 동물학자들은 모든 악조건 속에서 새끼들을 홀로 잘 길러낸 현명하고 강인한 어미 사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암컷들이 힘을 모아 떠돌이 수컷에 대항하여 자식을 지키고 암컷만으로 구성된 사회를 형성하여 살아가기도 한다.

2023년 기준으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아프리카 사자를 ‘취약’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사자의 개체 수는 20세기 초에 비해 약 90%가 감소했다. 특히 서아프리카 사자는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위급’한 상태로 분류된다. 이처럼 사자의 개체 수 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천적도 없는 사자들이 보호 동물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사자 개체 수 감소에는 인간도 한몫한다. 분별없이 서식지를 없애고 사자를 밀렵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행위가 유독 사자에만 집중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사자의 어떤 특징들이 그들의 세력을 축소시키고 있는가? 그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수사자의 ‘집착’이다. 이 지나친 욕심은 수많은 동종의 생명들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수사자가 상호이타성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사자는 멸종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규모가 큰 것이, 숫자가 많은 것이 살아남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어떤 종이든 새끼들에게 공을 많이 들인다. 인간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출생률 저하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어떤 이기심과 집착이 우리 사회의 문제인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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