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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공개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서해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이 씨 사망에 대한 유감 또는 정부 조치에 대한 반성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탈북 선원 강제 북송도 본문에 언급하지 않고 부록에만 한 줄로 짤막하게 언급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201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발간할 당시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것을 호도하는 자화자찬식의 회고록을 낸다면 회고록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된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은 회고록 8장 ‘아! 하노이’에서 한 단락 중 일부로 언급됐다. 문 전 대통령은 “당장 기분이 나빴던 것은 연락사무소 폭파였지만,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끼친 건 남북 연락 채널을 단절한 일이었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그 기간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 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수신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참 답답했다. 만약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 볼 수 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 후 여러 차례 북한에 연락망 복원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해당 단락을 끝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당시 문재인정부와 청와대가 북한에 구조통지조차 하지 않았고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첩보를 조작했다며 문 정부의 대처가 “위법하고 부당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에서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이 씨 사망에 대한 유감과 위로, 정부 조치에 대한 반성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적 비판을 받은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회고록 본문에선 다뤄지지 않았고 부록에서 짤막하게 언급됐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은 2019년 11월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남하한 북측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표명했으나, 한국 정부가 11월5일 북측에 이들의 인계를 통지하고 7일 이들은 판문점으로 강제 송환한 사건이다.
문 전 대통령 회고록에는 부록인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주요 일지’에서 ‘흉악 범죄 북한 주민 2명 송환(판문점)’으로 한 줄 등장한다. 그러면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 한 건도 없고 군사적 충돌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시기가 노무현 정부와 우리 정부뿐”이라며 9.19 남북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음을 피력했다.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3불(不) 합의에 대해선 문 전 대통령은 “이전 정부가 국민에게 공약했던 것을 이어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2017년 10월 한·중 관계 개선에 합의하며 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지 않는다 △한·미·일 3국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한·미·일 3국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고, 박근혜 정부가 사드의 추가 배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전 정부의 3불 입장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드 문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그 과정에서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고 (중국에) 명확히 했다”며 이 문제를 봉합했다는 식으로 회고록에 표현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논란을 초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써야 할 것은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라고 맹비난했다.
안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은 미국보다 북한과 김정은의 말을 더 신뢰하는 듯하다”며 “미국의 부족한 아량 탓에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주장에 누가 우리의 동맹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종전선언 등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해서 북한의 주장을 무조건 믿었다는 것도 충격적”이라며 “문 정부의 대북정책은 철저히 실패했고, 그 원인이 이번 회고록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안 의원은 “남·북 회담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자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전적으로 믿었다. 몽상가처럼 김정은의 말만 믿은 셈”이라며 “그러나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최대한으로 얻을 수 있는 거래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회고록에 담을 것은 남 탓과 자화자찬이 아니어야 했다”며 “오히려 적의 선의에만 기댄 몽상가적 대북정책에 대해 처절한 반성부터 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6·25 전쟁은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사실상 수정된 북침론에 입각한 대북관을 주장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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