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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법이냐 양심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유경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10 00:02:30
▲ 이유경 정치사회부 기자
우리 사회는 공동체라는 질서를 가진 유기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사회에 만일 헌법과 법률에 따른 통제가 없다면 법질서를 지키고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 물음이 던져졌다.
 
강제력을 행사하고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이라는 강력한 위협을 가할 수 있어 최상위 지배 권력으로 여겨지는 법과 권위가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시각에서다.
 
그런데 실제로 사회 구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수의 질서는 양심에 따라 작동된다. 임산부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석은 비워 두고 경차·여성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지 않는 등 흔히 에티켓으로 불리는 행위가 그 사례이다.  
 
이러한 사회적 질서는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강제성을 수반한 법과 달리 사회에서 요구된 특정 기준을 비롯한 가치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약속 사항은 위반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강한 규제를 하는 법의 존재 없이는 사회를 최소한의 형태로 유지하기 위한 기본 질서가 파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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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서울특별시는 전국 최초로 대중교통 좌석 일부를 임산부용 교통약자석으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임산부 배려석을 처음 지정한 이후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막상 임산부 배려석은 정작 수혜 대상인 임산부가 아닌 임신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과 임신을 하지 못하는 남성의 이용 빈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4년 국토교통부령 주차장법 시행규칙을 통해 처음 도입된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2010년부터 주차장 내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차 전용인 구역에 일반 승용차가 주차해도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없어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경차가 아닌 다른 차량이 무분별하게 주차하는 법 위반 행위가 있어도 책임이 따르지 않아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어르신 우선 주차구역’과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다. 공식 명칭이 여성 우선 주차구역으로 여성 운전자를 배려하도록 마련됐으나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
심지어 이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도 차별 등 각종 문제가 뒤따랐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려다 이들을 여성 전용 구역이라는 한 공간에 모아 오히려 손쉽게 범죄의 희생양이 되게 한다는 논란이 있었고 이 같은 우려는 실제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 우선 주차구역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은 데는 여성이 우선 배려받아야 할 교통 약자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이 미숙하다는 근거가 없으며 특정 성별 구역을 분리하는 식으로 차등적 취급을 해 여성에게만 편의를 제공하기엔 교통 약자라는 개념이 임산부·영유아 동반자·고령자·장애인 등으로 범주가 넓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탄생한 장치가 사실 수혜자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제도임에도 법적 강제성을 띠지 않는 권고 사항으로 남아 있다. 실행 여부는 개인의 도덕적 기준에 달린 것이다.
 
법적 강제성 없는 어떤 행위의 ‘이행’을 막연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회의 기본 질서는 법적 구조로 강제되는 리더십을 통해 본연의 형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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