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도심 침수를 막기 위해 공언한 ‘대심도 빗물터널(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연말에야 착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총사업비를 낮게 책정한 탓에 업체 선정이 늦어졌다.
22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림천·강남역·광화문 일대 지하에 설치될 대심도 빗물터널 3개소가 12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에야 겨우 공사업체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래 작년 중 착공해 2027년 12월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1년가량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찰에서 △강남역 공구(사업비 4495억 원) 한신공영 컨소시엄 △도림천 공구(4262억 원) 대우건설 컨소시엄 △광화문 공구(사업비 2748억 원) 디엘이앤씨(옛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각각 단독 응찰해 서울시와 수의계약 체결을 앞뒀다.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에 1차 입찰은 총사업비가 적어서 아예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했고 업계에서도 그냥 인기가 없었다”며 “2차 입찰도 거의 안 들어와서 유찰됐는데 총사업비가 조정되면서 응찰자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한계심도인 지하 40~50m(고층 시가지)에 건설되는 대형 터널로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방재시설이다. 2021년 5월 신월동 일대에 구축된 ‘신월 빗물터널’이 국내 첫 사례다.
하지만 2022년 8월 서울에 150년에 한 번 올 만한 시간당 최고 141.5㎜의 폭우가 오면서 대규모 침수가 발생했고 이에 오 시장은 강우 처리용량을 당시 최대 30년 빈도·95㎜에서 50~100년 빈도·100~110㎜로 상향하고 침수취약지역에 대심도 빗물터널 6개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곧장 서울시는 전담부서(대도심사업팀)를 꾸려 도림천·강남역·광화문 일대 3개소를 1단계 사업(2027년 완공)으로,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 3개소를 2단계(2032년 완공)로 하는 시행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타당성 조사·적정성 검토 등을 끝낸 서울시는 1단계 총사업비로 1조4103억 원을 써냈으나 기재부가 1조2052억 원으로 수정했고 12월부터 진행된 공사업체 선정 입찰이 두 번 연속 유찰되면서 총사업비가 1조3689억 원으로 조정됐다.
서울시는 17일 올해 ‘풍수해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풍수해 재난안전대책본부의 5단계 대응체계에 ‘예비보강’ 단계를 신설해 발령 시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또 건물 옥상 등에 빗물을 일시 저장해 유출량을 줄이는 ‘10cm 빗물담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빗물터널 외에는 매년 하는 하수관로 정비사업과 빗물저류조·빗물펌프장 신·증설 사업 등이 있다”며 “최대 3만5000t을 저류할 수 있는 신림공영차고지 빗물저류조는 2025년 완공 예정이지만 올여름부터 일부 가동돼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빗물 저류와 차량 통행을 복합 처리하는 ‘이수~과천 복합터널’도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결국 대심도 빗물터널 1단계 사업은 출발부터 2027년 완료가 목표였지만, 서울시와 오 시장은 강우 처리용량을 높이겠다는 핵심 임무를 올여름까지는 완수하지 못하는 셈이어서 실제 침수 발생 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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